[데스크칼럼]벌써부터 ‘살생부’가 보인다

2021-11-04     김두수 기자

울산 남구갑에서 16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기록한 ‘최병국’(이하 지명도따라 직함생략)은 애초 박근혜와는 정치적으로 가까웠다.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조국근대화’의 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MB정부 임기중 국회 법사위원장과 정보위원장 등 요직을 거친 그는 2012년 4·11총선(19대국회) 공천이 임박한 시점 4선도전 길목에서 추락했다.

공천티켓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틈새를 집중 공략한 이채익에게 돌아갔다. 박근혜 총선 지휘부에 의해 친MB인사들이 줄줄이 날아간 것은 차기권력 ‘박근혜 대통령’ 걸림돌은 용서없이 날려보낸 것이다. 시쳇말로 ‘살생부’다. 평소 아무리 절친해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반대편에선 쪽, 그것도 선봉장에 대해선 단칼에 친다.

이같은 행태의 ‘정치보복’은 앞서 2008년 2월 MB정부 집권후 18대 총선에선 대거 ‘친이’인사 발탁으로 친박측 상당수가 공천에서 학살됐다. 살아있는 권부 또는 강력한 차기권력에 의한 살생부는 미래도 반복될 것인가?.

살생부는 반드시 청산해야할 구태 정치다. 하지만 영국의 유명한 심리학 박사 스티븐 파인먼이 펴낸 ‘복수의 심리학’(2018)에는 복수의 순기능도 나온다. 개인 또는 정치권이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가운 비판속에서도 권력지형이 바뀔따마다 어김없이 존재하는 살생부를 통한 ‘복수의 이유’가 과연 이 때문일까?

20대 대선 여야 대진표 완성이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본선주자다. 추진력과 강한 전투력에 ‘달변’까지 겸비한 이재명을 제압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국민의힘은 5일 오후 2시께 본선후보가 선출된다.

여야의 외형적인 모양새는 본선 선수가 되면 세찬 비바람에도 ‘용광로’로 뜨겁게 달구려 한다. 하지만 대선이후까지도 ‘식지 않는 용광로’의 작동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중론이다. 범여권 내부에선 외형상으론 뜨거워지고 있지만 경계선에선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야권인 국민의힘은 격투를 펼쳐온 ‘2강’,‘윤석열­홍준표’ 진영에서 은밀히 새어나온 직간접 ‘악담의 시그널’에는 너죽고 나살기식의 살벌하기까지 한다. 왜 그럴까?

대선가도에서 후보 경선때 참전은 사실상 친위대나 다름없다. 본선 용광로는 대선직후엔 곧바로 차가운 돌덩이로 변한 것은 역대 권력 이동시점에서 대부분 그랬다. 전직 청와대 핵심인사는 “새집권부 요직은 ‘경선참전인사+α(외부인)으로 채워진다. 경선때 반대쪽은 거의 제외된다”고 했다. 때문에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부터 경선때 참전한 친위대 리스트가 붙어다닌다.

연장선에서 지역정치권 역시 ‘살생부와 생존부’, ‘진골과 변방’의 종착역이 가까워지고 있다. 여권의 경우 이재명 대선후보 체제의 송철호 시장은 ‘생존부’에 있다. 송 시장은 울산·부산·경남 3개 단체장 중 유일한 현역시장인데다, 이재명과도 깊은 신의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상헌 의원 역시 ‘생존부’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현역의원과 원외인사, 시장 예비주자는 5일 이후 계산법이 복잡하다. ‘친윤(친윤석열)과 친홍(친홍준표)’으로 대변된다. 친윤 가운데서도 ‘진골과 변방’으로 나뉘어지게 될지도 관심사다. 친홍은 중앙선대위 핵심 안효대 상황실장이 중심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도 있다.

이번 대선직후 1차적 그림은 내년 6월지방선거 공천에 있고, 2차적 그림은 내년 5월 새권력 집권후 2년뒤인 2024년 총선 공천지형이다. 대선결과에 따라 울산의 정치지형이 어떻게 달라질까?. 현장 기자의 시각엔 벌써 ‘절반의 안개’가 걷히고 있다.

김두수 서울본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