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집단 극화를 우려하며

2021-11-08     경상일보

최근 대표적인 SNS ‘페이스북’의 전 직원이 자사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폭로한 사건이 있었다. 페이스북은 2018년부터 주류 언론의 콘텐츠 노출을 줄이고 개별 사용자와 비슷한 생각, 감정을 공유한 이들이 게시물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으며, 결과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의 의견만을 자주 접하는 쉬운 소통만을 강화해 집단간의 갈등과 분노를 부추기게 했으며 그에 대한 안전장치는 소홀히 했다는게 그 내용이다. 개인적으론 특정한 시기는 몰라도 그런 현상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에 사실이라 해도 놀랍진 않다.

IT 강국답게 우리나라에선 SNS가 굉장히 일찍부터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의 싸이월드를 페이스북보다 앞선 세계최초의 SNS로 일부에선 평가하기도 하는데, 당시엔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거나 특별한 일을 축하해주는 용도가 가장 흔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러한 용도는 플랫폼이 바뀌고 다양해진 현재도 유효하다. 필자 역시 SNS를 가끔 쓰는 편인데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주된 용도는 관심 분야 및 업무에 관련 있는 커뮤니티, 인물 등을 팔로우하여 도움이 되는 글과 공유되는 자료 등을 접하는게 목적이다. 현재의 SNS는 그런 기능이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SNS를 통해 어떤 주장을 펼치는건 정말 제한적인 경우 외에는 하지 않는 편이다. 세상사 많은 일들에 대해 각각 특정 의견들을 가지고 있을 만큼 식견이 높지도 않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인터넷 상의 집단화에 의견이 왜곡되거나 객관성을 잃는 경우를 많이 봐와서 내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집단 극화라는 현상이 있다. 개인보다 집단이 결정을 할수록, 그를 위해 토론을 하면 할수록 원래 개인이 가진 결론보다 더 극단적이고 강화된 결론으로 가는 경향을 말한다. SNS상에 사람들이 펼치는 주장과 글들을 보며 그런 현상을 자주 느낀다.

페이스북이 부추긴게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비록 개인의 공간일지라도 어느 누군가 본인의 주장을 펼치면, 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그 주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토론 아닌 토론을 하게 되고 그럴수록 그 방향으로 생각이 강화된다. 간혹 반대되는 주장이 나오면 비대면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상 쉽게 난상토론이 벌어지게 되고 반대의견은 그만큼 쉽게 입을 다문다. 그럼 본래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가 더욱 정당성 있게 느껴지고 그들의 의견에 맞는 정보만 눈에 들어오는 확증편향이 심해진다. 그게 쌓이면서 결국 정치 사회 및 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만 남아 일종의 ‘집단’이 만들어지거나 본래 있던 특정 성향의 집단 영역에 포함된다. 비슷한 과정으로 특정 ‘인플루언서’가 만들어지는 경우 자기객관화를 잃어버리기도 있다. 대면집단 간에도 생기는 일이긴 하지만 접하기 쉽다는 SNS의 특성이 이런 구조를 강화시키는 듯 하다. 현재 선거에 관련된 이슈, 코로나 이슈, 더 좁게는 지역사회에 관련된 이슈 등에 대해 SNS 상에서 펼쳐지는 글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현대사회에 SNS는 이미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에 부작용이 있다해서 없애버리긴 당연히 힘들다. 더군다나 약한 연결의 힘에 의해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유용한 정보를 접하거나 SNS를 자기어필 및 홍보,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는 등 순기능과 요구도 많다. 앞서 말한 부작용들을 감수하고도 인플루언서의 욕망이 더 큰 사람 역시 있을 것이다. 결국 어떻게 쓰느냐는 각자 개개인의 선택이다. 사실 기술이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집단간에 생기는 갈등은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니 각각의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에 맞춰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필자 입장에선 가볍게 가끔 글을 검색하고 접하는 정도가 아직까진 스스로에 한정해서 찾아낸 가장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세상일 다 명암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저 페이스북의 이번 사태가 사용자들에게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주길 바랄 뿐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