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90% “내년 투자계획 못세워”
‘위드 코로나’ 시행에도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 탓에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도 투자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국내기업 31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위드 코로나 시대의 기업환경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에서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웠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미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11.7%에 불과했다.
현재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2.1%였고, 아직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56.2%나 됐다.
기업들이 이처럼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영환경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위드코로나 시대에도 ‘불확실성이 지속되거나 확대될 것’이라는 기업이 68.0%에 달했다.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2.0%에 그쳤다.
기업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우려는 향후 경기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출 확대와 기업 실적개선 등 최근의 긍정적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대해 응답기업의 12.0%는 ‘3개월 이내’로 답했다. 29.1%는 ‘내년 상반기까지’, 40.5%는 ‘1~2년’으로 내다봤다.
향후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에 대해 응답기업의 37.7%가 ‘원자재 수급 애로 및 글로벌 물류난’을 꼽았다. 이어 ‘인력 부족’(20.6%)과 ‘노동·환경 등 규제환경 지속’(17.1%)이 지목됐다.
실제 철강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거나,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조달이 어려워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들 나오고 있다. 또 주52시간제가 지난 7월부터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규제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업의 가장 필요한 과제’로는 ‘적극적인 R&D와 투자’(32.3%,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부응해 ‘사업구조 재편’(15.8%)을, 불확실한 미래에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는 ‘물가 안정 및 원자재 수급난 해소’(31.0%, ‘경기 활성화’(25.0%), ‘기업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23.1%) 순으로 답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기업 노력만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