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는 출발점…장기적 청각재활 필수
지금까지 ‘들리지 않는 고통’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됐다. 나이 들면 누구나 난청을 경험하지만,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이라면 손사래 치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 아닌 데다, 환자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도 다른 질환보다 적어 ‘굳이 치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난청만큼 치료할 경우 신체·정신 건강이 크게 개선되는 질환도 드물다.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인공와우에 대해 강병철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인공 달팽이관
와우는 달팽이관이라고도 하며 소리를 인지하는 역할을 하는 내이 기관이다. 공기의 파동인 음파가 고막에 도달하면 귀속의 작은 뼈들인 이소골을 움직여서 달팽이관에 전달된다. 달팽이관은 이런 물리적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달팽이관의 질환으로 다른 방법으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환자에게 청신경을 전기적 신호로 직접 자극하는 전극을 달팽이관으로 넣어주는 수술이 인공와우 이식수술이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달팽이관에 인공와우 전극을 삽입하고 내부 수신기를 머리뼈에 심어주는 수술이다. 수술 후 상처가 회복된 뒤 외부 음향처리기를 머리에 붙이고 내부 수신기에 자석을 붙인다. 외부의 소리는 디지털 신로로 바꾸고 코일로 내부로 전달한다. 이 신호는 전기 자극으로 변환해 전극에 전달되면 청신경을 자극해 뇌로 신호가 전달돼 소리를 듣게 된다.
◇청각 재활의 시작 인공와우 이식수술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난청의 종류에 따라 수술 시기가 다르다. 갑자기 청력을 상실하는 돌발성 난청의 경우 충분한 약물치료 후 약 3개월이 지나 더 이상 호전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수술을 고려한다.
노화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 등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다 난청이 진행될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선천성 난청이라고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고,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생후 12개월 무렵이면 보통 수술한다.
강병철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공와우가 필요한 경우가 확실하다면 수술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며 “뇌에서 소리를 처리하는 부분인 청각 피질은 오랜 기간 소리 자극을 받지 않으면 이후에는 인공와우 등으로 소리 자극을 줘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술과 함께 더욱 중요한 과정은 재활이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청각 재활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표현할 정도다. 수술 후 처음 소리를 들으면 기계음같이 어색한 소리만 들린다. 인공와우가 청신경에 전달하는 전기자극의 양을 조절해 사용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매핑(mapping)이라 한다. 이 과정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매핑을 받아 최적의 청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정상 청력으로 소리를 듣는 경우나 보청기를 통해 증폭된 소리를 듣는 경우, 인공와우를 통해 전기적 신호로 소리를 듣는 경우는 매우 다르다. 특히 유아기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고 처음 착용한 경우에는 그동안 청각적 자극이 없었다.
강 교수는 “조음 장애에 의한 발음 교정을 하는 언어치료와 달리 청각 기능을 보상하고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특수한 언어치료 즉 청각 구어치료가 필요하다”며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언어치료사와 수술을 받은 아이, 부모까지 함께 힘을 모아 주 1회 이상 교육에 동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이식수술 접근성 고려 중요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청각 재활의 시작이면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의 경우 말을 배우기 위해 오랜 기간 언어치료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긴 치료와 관리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수술을 집도한 이비인후과 의사와 청각사, 청능사, 언어치료사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동반자처럼 지낼 수 있는 접근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집도할 수 있는 경력 등 자격 기준 자체가 정해져 있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수준 관리도 이뤄지고 있다.
강 교수는 “난청 아동을 둔 부모님의 경우 아이의 수술을 위해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수술을 받기도 한다”며 “인공와우 수술은 이후 관리를 믿고 할 수 있는 병원이 연고지에 있다면 이후 치료의 연속성과 문제 발생 시의 접근성을 고려해서 결정하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재활 치료와 함께 자석이 들어 있는 인공와우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시 자기장에 의해 기계 고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와우 사용자에게 MRI 검사가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상담은 필수적이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