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준공영제 막차 탄 울산시]지원규모 눈덩이…비용 대비 효율성 고려
울산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전격 결정한 것은 결국 ‘돈’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에만 1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시내버스 업체에 쏟아붓는데다 앞으로 투입될 재정지원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입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누적 적자에 시달리다 운행노선을 통째로 대우버스에 넘긴 신도여객에 이어 제2, 제3의 신도여객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준공영제 도입 결정에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버스업계 재정지원금 1000억원 시대…코로나 거치며 거의 2배 증가
울산시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시내버스업체 재정지원금 규모는 자체예산 835억원과 은행대출 400억원을 포함해 총 1235억원이다. 신종코로나 직전인 2019년 재정지원금(663억원)에 비해 거의 2배 증가한 액수다. 지난해에도 838억원을 지원했다.
지역 버스업계는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신종코로나에 따른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하루 평균 시내버스 탑승자 수가 27만명가량이었지만 신종코로나 사태로 외출을 꺼려하거나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올해(1~10월)에는 하루 평균 18만9000명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하루 평균 승객이 20만4000명으로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치솟는 물가 대비 버스요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지난 6년간 요금이 동결된 상황이다보니 재정지원금 규모는 당분간 증가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제2, 제3의 신도여객 사태 가능성
지난 8월 경영난에 시달리던 신도여객이 시내버스 사업에서 손을 뗐다. 누적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보유하고 있던 버스 및 노선을 대우버스로 넘겼다. 신도여객은 앞서 연료비 체납으로 버스운행이 중단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노선 양도·양수는 마무리됐지만 신도여객 승무원의 대우버스 재입사를 두곤 일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노선 양도·양수를 결정한 신도여객 뿐만 아니라 다른 시내버스 업체들 역시 누적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신도여객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특히 지역 7개 시내버스 업체 중 3곳이 대법원으로부터 통상임금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아 140억원대 추가 임금 지출 부담이 생기며 경영 위기 상황에 처했다. 울산시는 올해 추가분을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지급할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지원에 대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대전시 사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대책이 없다.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지급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선 근로자들과 장기 분할 지급 등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파업 등으로 인해 버스가 멈춰설 가능성도 있다.
◇시내버스에 대한 공적 책임 필요
지역 시내버스에 대한 울산시의 적자 보전율은 올해 기준 95%다. 2015년 47%, 2016년 63%에 이어 2019년 90%, 2020년 93%로 증가했다.
울산시 입장에선 5%만 추가 부담하면 버스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사실상 손에 쥘 수 있다는 판단이 준공영제 도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버스업체의 적자 규모가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시내버스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고, 이는 곧 시민들의 불편과 직결된다.
오는 2027년 트램 운행이 시작되는 시내버스에 대한 준공영제가 도입될 경우 합리적인 노선체계 개편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준공영제는 없다’고 밝혔던 울산시가 결국 재정지원금 및 적자 보전율 규모, 경영위기에 처한 버스업계 및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 트램 도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준공영제 전격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