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억 들인 탐방로, 이용객 없어 ‘텅텅’
울산 울주군이 50여억원을 들여 조성한 신불산 군립공원 내 달빛·별빛야영장 상단 탐방로가 사실상 ‘이름 뿐인 탐방로’로 전락했다. 입구가 야영장 내에 위치하다보니 인근 주민의 이용이 쉽지 않은데다 야영객들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를 보상해주기 위해 탐방로를 만든게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21일 울주군과 군의회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신불산 군립공원 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약 3㎞의 탐방로를 조성하고 데크·침목계단과 의장, 방향표지판 등을 설치했다. 총 사업비로 보상비 47억7500만원과 공사비 3억6000만원 등 51억35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실제 이용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20일 찾은 달빛·별빛야영장 상단 탐방로 곳곳에 설치된 계단은 낙엽으로 뒤덥혀 있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달빛야영장에서 별빛야영장으로 이어지는 탐방로 코스에 약 1시간 가량 머물렀지만 마주친 이용객은 단 1명도 없었다.
탐방로 입구가 일반 주민의 출입이 금지되는 달빛·별빛야영장 내에 있다보니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날 별빛야영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탐방로 입구를 찾는 취재진을 향해 “야영자 예약자가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대편 입구인 달빛야영장의 경우 탐방로(작천정 등산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곳 역시 야영장을 거쳐가야 하는 구조였다. 결국 달빛·별빛야영장을 통하지 않고선 탐방로를 이용하는게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야영장 이용자들이 탐방로를 둘러보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한 야영객은 “별빛이나 달빛야영장에 자주 캠핑하러 오지만 단 한 번도 탐방로를 가보지 않았다”며 “차라리 영남알프스의 이름난 탐방로를 가지 야영장 뒷산을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울주군이 탐방로를 조성하기 위해 매입한 부지는 총 10필지, 32만9363㎡ 상당이다. 탐방로 구간이 포함된 전체 필지를 매입하다보니 총 47억7500만원이 소요됐다. 울주의 한 사단법인 1곳과 중구민 1명 등 총 24명이 보상을 받았다.
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송성우 군의원은 “최근 점심시간에 해당 탐방로를 찾아가 40~50분간 머물렀는데 방역하는 사람 딱 1명 만난게 전부”라며 “땅을 매입해주기 위한 명분으로 탐방로를 만들었다고 밖에 얘기할 수 없고, 돌이켜 본다면 특혜”라고 주장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사유지에 탐방로를 조성할 경우 산주들이 자기 땅에 못 들어가게 막아버리는 사례가 많고, 임야 특성상 분할 매수도 어렵다보니 전체 필지를 매입하게 됐다”며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