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언어발달, 언어지연, 지능발달에도 영향줄 수 있어

2021-11-24     전상헌 기자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자식의 문제 앞에선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속상해하며 병원에 데려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날을 세우며 고민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아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면 엄마들은 ‘우리 아이 말이 느린데 괜찮을까요’ ‘우리 아이 말은 다 알아듣는데 말을 못 해요’ ‘언제까지 지켜보면 될까요’ ‘이제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등 아이 언어 발달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쏟아 낸다.

가장 궁금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조금 말이 늦은 아이로 지켜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대해 최상윤 울산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엄마 뱃속부터 언어 발달

언어는 크게 수용언어와 표현언어로 나눠진다. 수용언어는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태교가 중요하다고 한다. 만약 아이가 들을 수 없다면 임신 중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부모의 목소리도 들려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소리를 듣고 자란다.

표현언어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 입술, 혀, 성대 등의 조음기관이 서로 조화를 이뤄 기능하기 시작하면서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 지연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 대다수가 수용언어 능력은 이상이 없지만, 표현언어 능력에서 지연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만약 수용언어 능력도 지연을 보인다면 발달 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영유아건강검진서 언어발달 검사

말이 느린데 ‘괜찮다’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 때문에 13~18개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유아건강검진에서는 언어발달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수용·표현 언어 질문이 있다.

우선 수용언어 평가 중 13~14개월 유아에게는 동작을 보여주지 않고 말로만 ‘주세요’ ‘오세요’ ‘가자’ ‘밥 먹자’ 등을 말하는 것이다. 이 중 2개 이상의 뜻을 이해하면 ‘괜찮다’는 것이다.

15~16개월 유아에게는 보이는 곳에 공을 두고 ‘공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공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면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17~18개월 유아는 익숙한 물건(전화기·자동차·책 등)을 그림에서 찾으라고 말할 때 짚어낼 경우 충분히 언어발달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표현언어 평가에서는 13~14개월 유아가 ‘다’ ‘가’ ‘모’ ‘버’ ‘더’ 등과 같이 자음과 모음이 합쳐진 소리를 내고,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된다. 또 ‘좋다(예)’ ‘싫다(아니요)’를 몸이나 고개를 흔들어 표현할 수 있으면 연령에 맞는 언어발달이 되는 것이다.

15~16개월은 ‘엄마’ ‘아빠’를 명확히 구분해서 말하고, 다른 단어가 하나 더 있으면 충분하다. 17~18개월의 경우 ‘아니’와 같이 싫다는 뜻을 가진 말의 의미를 알고 사용하면 또래에 맞는 언어발달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상윤 울산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영유아건강검진에서 언어발달이 정상으로 나왔다면 말이 조금 늦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크게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다”며 “하지만 추적관찰이나 심화평가 결과가 평균 이하로 나왔다면 아이의 언어가 또래보다 늦어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특히 인지 발달이 함께 늦어지는 경우 추가적인 검사도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발달, 지능변화에 영향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말문이 트는 시기가 가장 궁금하다. 정확한 기간은 의사도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영유아건강검진이 간이 평가라면 1차적인 스크리닝 검사로 SELSI와 PRES 등의 언어 검사가 있다.

만약 영유아건강검진에서 추적관찰이나 심화평가 권고가 나왔다면 추가적인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아이의 언어 발달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좋다.

최 전문의는 “추가적인 스크리닝 검사 결과 약간 지연 등이 나올 경우 아이의 언어 발달을 지켜보면서 6개월 뒤 한 번 더 평가해 호전 여부와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언어 지체의 결과가 나올 경우 바로 언어 치료에 들어가야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영유아기 언어와 의사소통의 발달은 향후 인지발달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지능은 비교적 잘 변하지 않지만, 지능의 변화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언어 발달이다. 또 환경적으로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언어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최 전문의는 “언어는 연령이 증가해 가면서 서서히 발달하기보다는 결정적인 시기에 집중적인 습득과정을 거처 발달한다. 이 시기에 언어발달을 적절히 평가해 대처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언어장애나 학습장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