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복지지원단 도움 ‘비존재’아이 한국국적 취득

2021-11-26     정세홍
혼인신고 없이 동거중인 한국인 아버지와 미등록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비존재’ 상태였던 네 살 아이가 울산 남구 희망복지지원단의 도움으로 출생등록을 하고 한국 국적까지 얻었다.

25일 남구에 따르면 지난 2월께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30대 남성 A씨가 외국인 동거녀 B씨와 함께 구청 복지상담실을 찾아왔다. 생후 8개월의 딸을 안은 B씨 곁에는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두리번거리는 네살짜리 사내아이가 있었다. C군이었다.

A씨는 통풍에 우울증을 앓았고 변변한 일을 하지 못해 젖먹이 둘째 딸의 아동수당으로 생계를 잇고 있었다.

B씨는 체류허가가 없는 미등록 베트남인이었다. 지난 2017년 한국에 왔다가 A씨를 만나 2018년 남구 한 산부인과에서 C군을 낳았지만 혼인신고는 1년이 지나서야 했다.

지난해에는 둘째를 낳았지만 C군은 혼인신고 이전 출생자로 국적이 확인되지 않아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B씨의 신분이 확인돼야 했지만 서울 베트남 대사관까지 갈 교통비가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남구 희망복지지원단은 A씨를 고난도 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하고 임시로 주민번호를 대체할 전산시스템 관리번호를 발급받아 C군을 등록했다.

C군은 베트남에도 출생등록을 하지 않아 국적취득이 복잡했다. 베트남에서 B씨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대사관에 베트남 국적으로 출생신고를 해서 C군의 베트남여권을 받았고 이를 외국인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이달께 결국 한국국적을 취득한 C군의 출생신고가 이뤄졌고 아동수당과 보육료 혜택이 가능해졌다. 4년 만에 비로소 존재를 찾은 셈이다. 정세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