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전국 최고…깡통전세 경고음
울산의 전세시장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면서 거래가 얼어붙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새임대차법이 도입된 이후 계약갱신, 가격급등, 대출규제 등 ‘3중 변수’가 지역 전세시장을 지배하는 양상이다.
1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11월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71.5%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65.9%이며, 70% 선을 넘긴 광역시는 대구(71.3%)와 울산(71.5%)뿐이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셋값을 매매가격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 비율이 오른 것은 전셋값의 상승세가 매매가격보다 가팔랐다는 의미다.
울산 아파트 전세가율이 71.5%까지 치솟은 것은 올해들어 처음이다. 3월만 하더라도 69.8%까지 떨어졌으나 매월 오름세를 반복하더니 71.5%까지 치솟았다. 특히 북구는 77.0%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이어 중구·동구(72.5%), 울주(71.5%), 남구(66.6%) 순이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초 3억700만원(12층)에 매매된 북구 평창리비에르(전용면적 84㎡)가 20여일 후 2억7000만원(12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전세가율이 무려 87.9%에 육박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서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실제 지역 내 전세보증금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사고금액은 최근 3년만에 17배나 급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현황을 보면 울산지역 보증금반환보증 접수는 2016년 0건, 2017년 1건, 2018년 1건에서 2019년 16건, 2020년 27건으로 급증했다. 사고금액은 2017년 2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3억4000만원, 2019년 31억2500만원, 2020년 34억5300만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졌다.
또 일부 세입자들은 치솟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반전세나 월세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임대차법 도입 이전에는 2억원 중반대에 전세가격이 형성됐던 중구 번영로서한이다음1단지(전용면적 84㎡)가 지난달에는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60만원까지 더해져 계약이 이뤄졌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50%가량 전셋값이 치솟았고,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보증금은 낮추되 월세를 충당하는 방식의 보증부 월세, 반전세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면서 거래까지 한산해졌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울산 아파트 11월 전세거래지수는 7.2로, 올 들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전세거래지수는 일선 중개업자들이 보는 전세거래의 활발한 정도를 나타낸 지수다.
지역 업계는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이동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 제약까지 받게 되면서 시장 전반의 움직임이 줄었다는 것이다.
일선 중개업소에선 전세 문의가 줄면서 물건이 있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구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호가를 낮춘 물건도 나가지 않는 분위기다. 집주인도 대부분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