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턱서 또 좌절…3년째 ‘준우승’
2021-12-06 차형석 기자
울산은 5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최종일 경기에서 설영우와 오세훈의 릴레이골로 대구 FC를 2대0으로 제압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전북 현대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이기면서 승점 2점차로 2위에 머물며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이로써 울산은 두 자릿수 준우승(10회)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만 추가했다. 반면 전북은 K리그1 역대 최초 5연패를 달성했고, 아울러 역대 최다 9회(2009년·2011년·2014년·2015년·2017년·2018년·2019년·2020년·2021년)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울산은 K리그에서 늘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호이나, 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1996년과 2005년, 딱 두 차례 정상에 올랐을 뿐이다.
2012년과 지난해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우뚝 서기도 했으나 K리그에서는 2005년 이후 16년째 정상을 되찾지 못했다.
울산은 특히 최근 3년 연속 정상을 눈앞에 두고 2위로 미끄러져 아쉬움이 더 짙다. 2019시즌에는 1위를 지키다 비기기만 해도 됐을 최종전에서 포항에 1대4로 대패하는 바람에 승점은 같으나 다득점에서 1골이 앞선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리그가 27라운드로 축소 운영된 지난해는 전북에 승점 3이 뒤져 준우승에 그쳤다. 최종전 직전 라운드 전북과 맞대결에서 패하고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리그 우승 실패 뒤 ACL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한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정상 탈환에 재도전했다.
시즌 중에는 주축 선수들의 대거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 등으로 몇 차례 위기도 있었다. 그런데도 5월19일 전북과 맞대결에서 2년 만의 승리(4대2 승)로 선두를 되찾은 뒤 줄곧 1위를 달렸고, ACL과 FA컵에서도 4강까지 올라 시즌 ‘트레블’ 꿈까지 키웠다. 하지만 10월 A매치 휴식기 이후 이어진 강행군에서 울산의 꿈은 쪼그라들었다.
ACL 4강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FA컵 준결승에서는 2부 리그 전남 드래곤즈에 1대2로 일격을 당했다. 타이틀은 K리그 우승만 남게 됐으나 10월24일 성남FC에 1대2로 패하면서 전북에 리그 선두자리마저 내줬다. ‘가을 트라우마’는 그렇게 다시 울산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최종전까지 힘겹게 우승 경쟁을 끌고 왔으나 결국 순위는 뒤바뀌지 않았다. 울산은 무관(無冠)으로 2021년을 보내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올해도 우승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예년과는 달랐다고 생각한다”며 “결과는 실패지만 도전하는 과정이며, 내년에는 조금 더 계속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팀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