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산단 ‘위험물질·밀집·노후’ 불안감 고조

■염포부두 석유제품 운반선 화재

2019-09-29     김준호

지난 28일 울산 동구 염포부두 내 정박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및 폭발사고로 국가산업단지와 울산항 내 안전사고 위험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울산 내 국가산업단지와 울산항의 경우 노후·밀집·위험물질 등 ‘3중고’에 도심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 등으로 대형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곳곳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시설이 즐비해 잇단 폭발과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전국 최대의 ‘화약고’로 꼽힌다.

조성 50년 넘은 산단내 100여개 공장
위험물 저장·보관 전국의 42% 집중
여천단지 도심 근접·온산과 10㎞ 내
대형사고땐 대규모 인명피해 불가피


◇노후된 국가산단 내

위험물 보관·처리 전국 최대 수준

지난해 4월 울산시가 수립한 ‘울산 국가산업단지 안전관리 마스터플랜’과 울산시소방본부가 발간한 ‘석유화학단지 사고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울산 관내에는 27개의 유형별 산업단지가 조성 또는 가동중에 있다. 국가산단이 2개, 일반산업단지 20개, 농공단지 4개, 자유무역지역 1개 등이다.

특히 조성된지 50년이 넘은 울산미포국가산단을 비롯해 온산국가산단 등 2곳의 국가산단에는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여천공업단지, 온산공업단지 등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가운데 이곳에는 100여개의 공장에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 가스 2억여t이 저장된 1700여개의 탱크가 몰려 있다.

연간 화학물질 유통량만 보더라도 전국 유통량(4억3254만2000t)의 30.3%(1억3086만9000t), 유독물은 전국 유통량(1억243만4000t)의 33.6%(3445만2000t)를 차지한다.

환경부가 ‘화학사고 발생의 우려가 높거나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화학물질로 지정’한 사고대비물질 취급량도 지난 2015년 전국 전체의 39.3%인 1996만3900t을 취급해 가장 많았고, 국가산단 내 위험물저장·보관량도 2071만4599㎘로 전국 총 저장량의 42.4%가 울산에 몰려있다.

이런 위험물질은 보통 해상 선박을 이용하는데, 울산항은 처리화물 약 80% 이상이 액체화물로 우리나라 최대 액체화물 처리항만이다. 액체화물 선박의 통행이 잦고, 해상 구조물도 많아 해양사고도 늘 상존하고 있다.



◇도심과 가까워 폭발·화재 피해 확산 우려 커

석유화학단지로 분류되는 여천단지는 울산시청으로부터 반경 4.5~5㎞, 석유화학단지는 반경 5km, 온산단지는 10㎞ 이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대형 폭발사고 발생 시 피해 반경이 10㎞이면 시가지 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화학단지의 경우 반경 6㎞ 내 22만1734명이 거주중이고, 온산국가산단 반경 6㎞ 내에는 3만5098명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국가산단과 도심과의 근접성은 화재·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유해화학물질이나 연소생성물의 확산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10월 울주군 울산비축기지 지하화 건설공사 현장에서 송유관에 남아 있던 유증기를 모두 빼지 않은 상태로 세척 작업을 하게 해 폭발사고로 작업자 6명이 사상됐으며 2015년 10월에는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폭발 사고로 근로자 10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울산 내 산단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29건에 39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전국 최대 규모다.

이번 염포부두 선박 화재 때도 화기와 연기로 인해 인근 울산대교가 위험에 노출되며 통행이 전면 제한되기도 했다.

폭발 장소가 일반부두인 염포부두에서 발생했기 망정이지 위험액체화물이 즐비한 울산본항이나 온산항 쪽에서 발생했다면 엄청난 추가 피해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의 경우 소량의 불산가스 누출에 반경 15~30㎞까지 영향을 받았고, 지난 2015년 중국 텐진항 위험물 보관창고 폭발사고로 반경 3㎞ 내 접근이 완전 봉쇄되는 등 위험물류 관리 미흡은 주변까지 피해를 입힌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