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진짜 내 소원을 알고 싶거든
월요일 학교에 오면 한 주를 시작하면서 월요 마중 그림책을 읽는다. 무슨 그림책을 읽을지는 그림책 낭독지기인 환이가 고른다. 다음 시간에 읽을 책은 이선미의 <진짜 내 소원>이다.
어느 날 소년이 호리병을 우연히 발견한다. 호리병 속에서 지니가 나타나 소원 세 가지를 말하라 하여 소년은 첫 번째 소원으로 ‘공부를 잘 하게 해달라’고 한다. 엄마가 일등을 한다. 엄마의 소원이었던 모양이다. 두 번째 소원으로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하니 아빠에게 새 차가 생겼다. 이것도 소년의 소원이 아니었다. 한번 밖에 기회가 남지 않은 소년은 고민에 빠진다. 진짜 자기 소원을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어떻게 진짜 소원을 알 수 있느냐고 되묻는 말에 지니는 소년이 진짜 자기의 소원을 찾게 도와주고 싶었다. 꽃을 좋아한다면 어떤 꽃을 좋아하느냐,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이냐, 기분을 좋게 하는 음악이 있는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소년은 지니의 질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깨닫고는 세 번째 소원은 일 년 뒤에 말하겠다고, 일 년 뒤에 다시 만나자며 헤어진다. 일 년이 지나 소년은 지니를 부른다. 이제 자신의 소원을 말할 수 있다고. 그러나 지니는 나타나지 않고 호리병 속에서 작고 희미한 소리만 퍼져 나온다. “너의 세 번째 소원은 일 년 뒤에 소원을 말하는 거였잖아. 그러니까 그 소원은 이미 다 들어준 거라고” “칫, 왜 맨날 소원은 세 가지만 들어주는 거야? 백 가지 정도는 들어줘야지. 진짜 내 소원은 이렇게나 많은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까? 지니가 돼 주는 것은 어떤가? 지니는 소년이 진짜 자신의 소원을 알도록 물어주었다. 그리고 기다려 주었다. <진짜 내 소원>에서 소년은 진짜 자신의 소원을 백 가지나 더 넘게 찾았다. 이제 소년에게 지니는 필요하지 않다. 소원을 스스로 이룰 일만 남았다. 자신의 진짜 소원을 알게 된다면 지니에게 그 소원을 빌 이유가 없어진다. 자신의 소원을 중심에 잡고 삶을 살아가기만 하면 되기에.
이번 월요일에 환이가 읽어준 책은 <꽉찬이 텅빈이>. 환이 목소리가 웅숭깊다. 환이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고요히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머문다. 환이가 읽어준 이야기에 기대어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채우고 싶은 것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나누었다. “하기 싫은 마음을 버리고 싶어요” “ 친구로 채우고 싶어요” 모두 주인이 돼 자기의 목소리를 가만 들려준다.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다음으로 한 주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지낼 것인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다. “욕설을 안 쓰겠어요” “상냥하게 대하겠어요” “훈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릴 거예요”
신미옥 울산고운중 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