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끈 ‘현대중공업 통상임금소송’ 노동자 최종승

2021-12-17     이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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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가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및 소급분 지급 여부를 놓고 9년간 벌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이유로 수천억원대로 추산되는 소급적용분을 사측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항소심 판결이 뒤집히면서 사측으로선 추가 임금 지급 부담이 생겼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의 상여금은 격월로 100%씩 총 600%와 연말 100%, 설·추석 명절 50%씩 등 총 800%다. 이중 700%는 재직자·퇴직자에게, 명절 상여금 100%는 재직자에게만 지급됐다.

노동자들은 상여금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한 정기성(정기적인 지급), 일률성(일정한 조건을 만족한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 고정성(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했다면 업적·성과 등과 무관하게 당연히 지급) 등 통상임금의 성격에 들어맞는 만큼 800%에 해당하는 소급분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 판결 요지
구분 1심 2심 3심
통상임금 범위 전체 상여금(800%)
통상임금 해당
명절 상여금 100% 제외 전체 상여금 해당
인정 근거 고정성·일률성·정기성
갖춤
명절 상여금의 경우
고정성 결여
고정성·일률성·
정기성 갖춤
소급적용 소급분 지급하되 근로기준법에
서 정한 액수로 재산정 필요
신의칙에 따라 소급분
지급 의무 없음
소급 지급 인정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전체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 이외 현대중공업과 동일

지난 9년 동안 이어진 재판의 쟁점은 ‘신의칙’이다. 1심을 맡은 울산지법은 2015년 2월 상여금 800%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임금 소급분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1월 800% 중 명절 상여금을 제외한 700%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신의칙을 적용해 임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명절 상여금과 관련해서도 “특정 시점이 되기 전 퇴직한 근로자에게 특정 임금 항목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더라도,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이 관행과 다른 내용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관행을 이유로 해당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을 배척함에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측이 지급해야 할 4년6개월(2009년 12~2014년 5월)치 통상임금 소급분의 총 규모는 적게는 4800억원(노조 추산)이다. 앞서 사측은 700%만 인정됐을 당시 추가 부담액을 6295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날 현대중공업 소송과 동시에 진행된 현대미포조선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취지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미포조선 역시 800여억원 상당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 사측 패소, 2심 사측 승소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