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울산 지진 안전지대 아닌데 민간시설 내진율(동수 대비) 19% 불과
지난 14일 제주도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국내외 지진이 잇따르면서 울산 시민들의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울산은 경주·포항 지진 이후 공공시설물 내진 성능 보강 작업에 돌입해 전국 최고 수준의 내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시설물의 내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민간시설물의 내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울산시는 2021년 울산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이 92.8%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19일 밝혔다.
내진율은 내진 설계 기준을 적용했거나 내진 보강 등을 통해 내진 성능을 확보한 시설물의 비율이다. 규모 5.4~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시설물의 붕괴를 방지하고 대피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건축물의 완벽한 안전을 뜻하는 개념은 아니다.
시는 정부의 지진방재 종합계획에 따른 시 차원의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내진 보강을 위해 실시한 전수조사 당시 댐·도로·교량·건축물·어항 등 울산 공공건축물의 내진율은 32.5%에 그쳤다.
이후 시는 450억원 이상을 투입해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을 지속적으로 높였고, 지난해 내진율 89.7%로 전국 지자체 중 최고를 기록한 뒤 올해 92.8%로 전년 대비 3.1%p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정부의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사업은 2035년 완료가 목표지만, 시는 이를 10년 앞당긴 202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지진 관련 석박사급 인재 2명을 채용하는 등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시설물 재난 대응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울산의 민간시설물 내진율은 68.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연면적 기준이며, 2020년 6월 기준 동수 대비 내진율은 18.9%에 그치고 있다. 아파트 1동을 주택처럼 1개 건물로 볼 경우 민간시설물의 내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울산의 민간시설물 내진율이 낮은 것은 2017년 12월 이전에 지어진 주택이 많은 것과 연관이 있다.
내진 설계 기준을 규정한 건축법 시행령은 1988년 당시 6층 이상이나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 1000㎡ 이상 종합병원 등에만 내진 설계를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이후 건축법 시행령이 점차 강화되면서 2017년 10월 이후 2층 이상이나 200㎡ 이상 건축물 등에도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민간시설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0㎡ 미만 주택은 2017년 12월 이후가 돼서야 내진 설계 대상에 포함됐다.
2017년 12월 이전 지어진 민간시설물의 내진 성능이 모두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내진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건물주들이 성능 확인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소형 건축물의 내진 성능 확인에는 1000만원 가까운 평가 비용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내진 성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면 평가비를 크게 웃도는 보강공사비가 투입돼야 한다.
현행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은 내진 성능 보강을 위해 시·도지사 등이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세를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행정안전부장관은 지진으로부터 시설물의 안전을 증진하고 국민이 시설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내진 성능이 확보된 시설물에 대해 지진안전시설물 인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시가 내진 성능 보강 이후 지원한 조세 감면 사례는 총 18건에 불과하다. 또 지진안전시설물 인증 지원 사례 역시 9건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원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정부 차원의 내진 강화 지원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내진 성능 보강은 지진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지자체 차원의 지원은 법적 근거가 부족해 한계가 있다”며 “행정안전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내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