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일의 말레이시아통신(22)]페낭대교에서 우리의 희망이 무한함을 느끼다
무슬림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지만, 무슬림이 주 인구인 말레이시아의 각 쇼핑센터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아름답고 화려한 것들이 많다. 이곳 젊은이들도 종교에 관계없이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는 최대의 겨울 축제이지만, 이곳 열대 지방에서 듣는 크리스마스 캐럴에도 흥이 난다. 크리스마스 기념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선물들도 필요할테니 그런 것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상술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곳은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한지 두 달이 됐다. 신규 확진자의 수는 증감을 반복하면서도 감소 추세에 있다. 강제하지는 않지만 부스터샷도 충실히 실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하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규정을 지키면서 별 두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한국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이루어 놓은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반도의 서북부에 위치한 스버랑프라이와 페낭섬을 잇는, 현대건설이 건설한 페낭대교는 가장 오래된 랜드마크 중 하나다. 이 다리를 건설하기 전 1985년까지는 말레이반도와 페낭섬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은 버터워스와 페낭섬의 조지타운(페낭주의 주도)사이를 왕복하던 페리운행 뿐이었다.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다시 보기 위해서 페낭을 다녀왔다.
페낭대교는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건설한 두 번째 교량이다. 총 연장은 13.5㎞이고 해상 구간만 8.5㎞이다. 1982년에 착공하여 1985년 완공과 함께 동양 최장,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교량으로 기록됐다. 수주 당시엔 당대 최장 교량 건설 프로젝트였던 만큼 세계 업계의 주목을 받아 총 41개사가 입찰에 참여해 각축전을 펼쳤다. 그 결과 프랑스 업체가 최저 입찰가를 써냈고 현대건설은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완공을 앞당겨주기를 원하던 말레이시아 정부의 바람을 간파한 현대건설이 공기를 30개월로 단축 제안하면서 빨리 완공해 통행료를 징수하면 국가적으로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정부를 설득하여 극적으로 수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리의 중간을 아치교로 건설을 원했으나 현대건설은 유지 보수의 단점을 들어 사장교로 바꾸는데 성공하여 중간 440m는 사장교로 대체해 배의 통행을 할 수 있게 했고 공기도 단축할 수 있었다. 사장교외 나머지 부분은 PC콘크리트 거더교로 건설됐다. 지반이 약한 바다 위에 교각을 세우기 위해 무려 1만500개가 넘는 파일을 박았다. 현지에 당시 동양 최대의 파일생산 공장을 건설하여 직접 공급했다. 준공식 때 마하티르 총리가 자국산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 큰 환영을 받은 일화도 있다. 1986년에는 미국 컨설팅 엔지니어링협회에서 주관한 제16회 엔지니어링 우수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도 수상했다. 참고로 동남아의 가장 긴 다리는 브루나이의 템부릉대교로 30㎞이다.
여러 점령국가와 다민족들의 삶의 흔적과 역사의 명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페낭 섬의 조지타운은 2008년 말라카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다리를 잘 보기 위해 페낭섬에 있는 페낭힐을 푸니쿨라를 타고 올랐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페낭대교를 내려다봤다. 한국인 연인원 94만명과 이곳 사람들이 일하던 모습을 상상해 보며 큰 감회를 느꼈다. 한국의 기업 정신이 이룬 쾌거가 아닌가.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남보다 앞서 가려는 기업의 노력이 주이고, 그 다음이 정부의 지원이라 생각한다. 혼란의 시기임에도 기업들이 꿋꿋이 기업정신을 발휘하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이곳 말레이시아에서,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무한함을 느낀다.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