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더 서러운 노인들
2021-12-22 정세홍
◇접종스티커 발급 몰리는 노년층
21일 울산시에 따르면 방역패스 발급·인증 방법으로는 쿠브(COOV)나 네이버, 카카오 등을 통한 전자증명서 발급, 예방접종확인서 등 종이증명서,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예방접종 스티커 등 크게 3가지다.
방역패스가 본격 시행된 지난 6일 이후 울산은 전자출입명부 의무화 계도기간을 오는 19일까지 일주일 연장했다. 전자출입명부 즉시 도입 시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IT)기기 이용에 취약한 고령층, 청소년들의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수기명부 혼용 가능 기간이 끝나고 디지털 방식에 익숙치 않은 고령층은 고작 밥 한 끼를 먹기 위한 식당 방문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2G폰을 사용하는 노년층이 많고, QR코드를 내려받더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점 때문에 여전히 방역패스 활용이 익숙하지 않다.
일부 식당에서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며 인증을 요구하는 업주나 아르바이트생과 막무가내식으로 할 줄 모른다는 고령층 손님과의 실랑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가끔식 고령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QR코드나 쿠브 등의 용어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신을 맞으셨냐고 물어보면 맞았다고는 하는데 일일이 인증을 해주거나 휴대폰을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죄송하다고 돌려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노인들은 차선책으로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 가능한 예방접종 스티커를 발급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요 동 행정복지센터에는 방역패스 인증을 받기 위한 예방접종 스티커 발급 인원이 하루 평균 수십명씩 찾고 있다.
남구 삼산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하루 평균 60~80건, 달동 행정복지센터에도 하루 평균 인원 수십명이 찾아와 예방접종 스티커를 발급받고 있다. 다른 행정복지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티커 발급 연령대는 간혹 젊은층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달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QR코드 인증을 해놔도 업데이트 때문에 불편하다며 스티커 발급을 요청하는 경우가 최근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로당 800여곳도 잠정 운영중단이처럼 디지털 시대에 소외된 고령층은 최근 확진자 급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재강화로 자주 찾던 경로당이나 복지관, 무료급식소와 경로식당까지 대부분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갈 곳을 잃었다. 추운 겨울 제대로 끼니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집 안에서 혹독한 겨울나기에 돌입한 것이다.
시에 따르면 울산지역 경로당 800여곳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3차 접종(부스터샷)을 마친 사람은 출입이 가능하도록 운영했지만 울산에서 경로당을 매개로 한 확진자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지난 6일부터 각 구·군에 운영중지 공문을 발송했다. 남구는 내년 1월2일까지 잠정적으로 경로당 운영을 중단키로 했고, 나머지 구·군은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소외된 고령층에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하던 경로식당 운영도 중단됐다. 자원봉사자 수급이 어려운데다 내부 취식은 사실상 힘들다보니 다시 운영이 힘들게 된 것인데, 자주 찾던 독거노인들의 안부는 좀처럼 알 길이 없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확진자가 다시 급속도로 퍼지면서 봉사자들에게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당분간은 운영이 힘들다고 안내중”이라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되면서 후원물품도 조금씩 느는 추세였는데 다시 문을 닫게 돼 아쉬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