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20대 대선 앞의 이재명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비등해 야권 낙승론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그 배경의 중심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난하는 여론이 고공 행진 중임에도, 사실상 정권교체를 담당할 유일한 대안인 국민의힘이나 그 대선후보 윤석열의 지지율은 그보다 한참 아래를 맴돈다. 정권 심판은 하고 싶지만 국민의힘 쪽에 정권을 주고 싶지는 않은 민심 또한 그 차이만큼 된다는 뜻이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와 그 가족사(家族事)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팽팽한 진영 간 결집도 진행 중이다. 어느 편의 우열도 예측하기 어려운 박스권 균형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균형을 깨트리는 부동층의 움직임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정책경쟁이 실종된 공간은 네거티브 경쟁이 메우게 된다. 부동층이 주목하게 될 이재명과 윤석열의 약점은 어디에 있는가?
이재명의 약점은 범위와 윤곽이 비교적 단순하다. 반면에 그 약점의 깊이가 극히 치명적일 수 있다. 아들의 도박 및 성매매 의혹은 오히려 큰 파장 없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후보 자신이 비교적 신속하고 적절하게 사실 인정 및 사과·해명하는 조치를 밟았기 때문이다. 2차, 3차 공격의 빌미는 크게 약화된 상태다.
이 후보의 결정적 문제는 자신과 연관된 대장동 개발사업의 멈추지 않는 의혹이다. 본인은 계속 억울함을 주장한다. 야권 측 수뢰인사들과 대장동 팀과의 유착이라고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관련 부하 직원들의 의문스런 죽음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만약 그 죽음의 어느 한 곳이라도 이 후보와의 관련이 드러나면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여차하면 후보 지위 자체가 흔들릴 지도 모른다.
윤석열 측의 약점은 다층적이고 복잡한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계속되는 선대위의 내홍과 기강 붕괴다.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원톱을 자처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당장은 대책이 난감할까. 물론 끝까지 그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토록 준비되고 노련하던 관록의 인사가 며칠이나마 입을 떼지 않고 당혹스러워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정도로 조직 내부의 무질서가 극에 달한 상황 자체의 심각성이다. 지금의 사태가 지난번 김종인·이준석 이탈 사태처럼 일단 봉합은 된다하더라도 향후 또 언제 반복될지 모를 불안감이 그 속에 있다. 윤후보 자신이 그만큼 준비 없이 등판한 업보이자 자신의 리더십이 가진 한계를 전 국민에게 공개한 셈이다.
둘째는 부인 김건희씨의 가늠하기 어려운 행적과 삶의 방식이다.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일을 걷잡을 수 없이 만들어 온 그녀의 삶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모두가 지적하듯이 만약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할 경우 김건희씨는 청와대 부속실 하나를 배정받고 소속 인력을 거느리게 될 국가적 인물이 된다. 전 국민에게 끼칠 불안과 우려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행해 왔던 허위나 과장된 일 처리 방식이 그 자체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자칫 ‘정직하지 못한 퍼스트레이디’로 그녀의 평판이 국내외에 번져나갈 수 있다.
셋째는 윤 후보 본인도, 김건희씨도 잘못을 인정하고 해명하는 과정과 태도가 또 다른 잘못으로 지적된다. 윤석열 캠프의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이 대통령 뽑는 절차에 결혼 전 부인의 행적이 무슨 상관이냐고 주장했을 때, 윤 후보 자신이 나서서 그 주장을 꾸짖어야 옳았다. 적어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자신과 아내의 행적 전체를 무한 검증 대상으로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옳다. 더군다나 그가 ‘윤석열’이라면.
추상같던 검찰총장 윤석열과 지금의 대선후보 윤석열이 정말 같은 사람인지 많은 국민들은 묻고 있다. 지금의 윤석열은 ‘공정과 정의’의 대명사를 자처하던 그 윤석열이 과연 맞는가? 그리하여 윤석열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 ‘스스로’ 걸어 나온 것이 틀림없다면, 이른바 ‘본·부·장 리스크’로 불리는 자신과 가족의 모든 의혹들에 대해 단 한 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투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뒤 다르지 않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윤석열로 인정하며 국민들이 표를 던질 것이다.
유영국 울산과학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