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부산 복선전철 28일 전면개통…울산 득실은]정관·웅상 전례 겪고도 아무 준비 없는 市

2021-12-24     이춘봉
울산 태화강역과 부산 부전역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2단계 구간이 오는 28일 개통된다. 복선전철이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울산시는 교통 기반 개선이 인구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이를 정주와 연결시킬 주거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은 마련하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역세권 개발 가용지 부족

울산은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와 경남 양산시 웅상신도시 조성 등으로 이미 인구 유출을 경험했다. 저렴한 집값과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택한 울산 시민들은 직장을 울산에 둔 채 접경지역인 두 도시로 삶터를 옮겼고, 이는 울산 인구 감소로 직결됐다.

오는 28일 울산~부산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울산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탄탄한 생활 인프라가 구축된 부산으로 이사하더라도 복선전철 덕에 장거리 통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울산~부산 복선전철의 개통이 인구 증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울산 대신 부산을 선택하는 시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늘어나는 유동 인구가 도시 활력을 되찾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시는 복선전철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면 인구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확보했지만, 울산의 복선전철역 인근은 가용지가 턱없이 부족해 역세권 개발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화강역은 물론 덕하역은 이미 도시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추가 개발할 여력이 부족하다. 망양역은 대부분의 공지가 개발제한구역이거나 공장지대여서 개발이 쉽지 않다. 그나마 개발이 용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남창역 역시 인근에 위치한 넓은 농업진흥구역이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 차원 역세권 개발 계획 전무

인구 유출 방지를 위한 역세권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지만 시 차원의 역세권 개발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다. 시 도시개발 부서는 인구 유출 방지를 위한 접경지역 개발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역세권 개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시와 울주군이 접경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균형발전 전략’ 정책을 함께 발표했고, 군은 2040 울주군 중장기 발전계획까지 수립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끌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도시 개발은 계획부터 조성 완료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중장기 사업인 만큼 서둘러 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미 복선전철로 인한 인구 유출이 진행된 뒤여서 시기를 놓친 늑장 대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접경 개발로 인구 유출을 경험한 가운데, 복선전철 개통 계획이 수립된 지도 여러 해가 지났지만 그동안 역세권 개발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못한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용객 추이 관련 예상 자료도 없어

인구 유출에 대한 우려와 유입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향후 인구 추이에 대한 명확한 예측 자료가 없다는 점이 골머리를 앓게 한다.

시는 태화강역사 신축 당시 이용 수요를 조사했다. 북울산역 연장을 감안해 실시한 조사에서 하루 1만3435명이 태화강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동 목적과 하차 역사 등은 조사하지 않았다.

특히 시는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동하는 이용객 통계는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유입과 유출을 예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가 전무하다는 의미다. 현재 운영 중인 무궁화호 승객이 복선전철의 잠재적인 이용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간단한 설문만으로도 인구 유출·유입에 대한 가닥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태화강역을 중심으로 부산은 물론 서울 방면의 접근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TX울산역과 울산공항 이용객의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KTX역세권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주 2도심 개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2도심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KTX울산역 개통 당시에도 빨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울산에 득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울산~부산 복선전철 역시 장기적으로 울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