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통합파이프랙 사업 다시 제동

2021-12-27     이춘봉
자료사진

울산시가 석유화학단지 내에 거미줄처럼 깔린 배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 중인 통합 파이프랙 사업이 본격적인 출발을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국비 확보를 위해 최종 의사결정 회의를 열고 참여 분담금 납부 규모를 결정했지만, 이후 세부 논의 과정에서 분담금 규모에 대한 이견이 발생해 자칫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26일 시에 따르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지하 배관을 지상으로 이설·관리하기 위해 통합 파이프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프랙은 대형 배관을 지지하는 육상 구조물이다.

통합 파이프랙 사업은 10여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포함되며 추진이 가시화됐다.

한국산단공은 전액 민자로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다. 총 사업비는 672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한국산단공은 국비 25%, 민자 75%의 비율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 했고, 2018년 기본설계비 중 일부를 국비로 확보해 설계를 진행했다. 지난해 연말 나머지 국비도 확보해 기본설계를 마무리했다.

이후 시는 지난 9월15일 울산석유화학단지 입주 업체 중 15개 업체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울산 통합 파이프랙 사업 개시를 위한 최종 의사결정 회의’를 열고 각 회사당 2억5000만원씩 참여 분담금을 정액 부담키로 합의했다.

시는 합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국비를 신청했고, 실시설계비 명목으로 17억원을 확보했다. 시는 내년 실시설계를 거쳐 2023년 착공해 2025년 사업을 완료키로 했다.

현재 분담 구조상 총 사업비 672억원 가운데 168억원은 정부가, 나머지 504억원은 참여 기업체가 나눠 내면 된다. 민간 분담 비용 중 정액 참여 분담금 37억5000만원을 제외하면 15개 업체들은 466억5000만원을 분담해야 한다.

문제는 세부 협의 과정에서 불거졌다. 참여 업체간의 세부 사업비 분담에 대한 이견이 크기 때문이었다.

일부 업체는 사업 부지 내 배관 매설 비율대로 사업비를 책정하거나 참여 업체별로 균등 배분하자는 반면 일부 업체는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런 문제는 참여 분담금 확정 전 단계에서부터 제기됐는데, 배분 방식이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우려한 일부 업체는 논의 단계에서 실무협을 탈퇴하기도 했다.

사업비 분담 문제로 논란이 이는 것은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차 때문이다. 수년 전 대규모로 배관을 매설하는 등 당분간 신규 배관을 매설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은 통합 파이프랙을 이용할 확률이 낮아 사업을 꺼린다. 반면 신규 매설 수요가 있는 기업체는 통합 파이프랙 사업에 적극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

통합 파이프랙 사업의 사업성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하게 되는데,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SPC 지분 투자 비율에 따라 적자를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 기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세부 분담금 조율 과정에서 분담 비율이 불리하게 책정될 경우 사업에서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럴 경우 나머지 업체들의 분담률이 저절로 높아져 사업 자체가 엎어질 수도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기업체들의 입장 차를 줄이고 있다”며 “참여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주업체 외에 배관을 매설한 업체도 사업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