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서고 울산은 패싱 불만 폭주

2021-12-28     이왕수 기자

울산 태화강역과 부산 부전역을 잇는 동해선이 당초 광역전철 전용 노선으로 계획됐으면서도 출발·도착역을 제외한 부산 일부 역은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반면 울산은 사실상 ‘패싱’이 결정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울주군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교통권 편의 중심이 아닌 ‘도시 파워’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게 아니냐는 규탄의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집단 반발 움직임이 예고되고 있다.

27일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께 정부가 수립한 철도망구축계획상 태화강역~부전역 구간은 광역전철 전용 구간이다. 부전역에서 일광역까지 1단계 구간은 지난 2016년께 개통됐고, 일광역에서 태화강역까지 2단계는 28일 개통된다. 당시 계획을 적용하면 태화강역에서 부전역까지는 무궁화호가 정차하지 않고 광역전철만 정차한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부산 일부 역에선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열차 예매사이트인 코레일에 접속해보면 동해선 광역전철이 전면 개통되는 28일부터 무궁화호는 부전역~센텀역~신해운대역~기장역~태화강역에 정차한다. 전날까지 정차했던 좌천역, 남창역, 덕하역만 광역전철 개통에 따라 무궁화호 무정차역으로 변경됐다.

운행 소요시간을 보면 부전에서 센텀까지 10분, 센텀에서 신해운대까지 6분, 신해운대에서 기장까지 9분 등 최소 6분, 최대 10분 사이로 정차하는 반면 기장에서 태화강역까지는 33분이나 걸리는데도 사실상 중간 역이면서 열차 플랫폼이 구축돼 있는 남창역은 무궁화호 무정차역으로 결정됐다.

남창역의 무궁화호 무정차 결정은 오는 2024년께 도입될 KTX 이음 정차 여부와도 사실상 직결된다. KTX 이음은 무궁화호에 비해서도 정차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 한국철도공사는 현재 KTX 이음 정차역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지만 무궁화호가 정차하지 않는 남창역이 KTX 이음 정차역 대상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울주군은 이같은 운행 계획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선호 군수는 27일 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과 본보 인터뷰 등을 통해 “남창역이나 기장역, 신해운대역 등의 이용자 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국철도공사가 밝혔지만, 공사는 울주를 무궁화호 패싱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이 군수는 특히 “지난해 신축된 남창역은 열차와 전철이 정차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만 철도공사에선 처음부터 광역전철 전용으로 신축했다고 한다”며 “이같은 해명은 수익성에만 몰두하고 교통약자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군수는 또 “군민들은 동해선 2단계 구간 개통식 행사 저지와 철도공사 항의 집회, 서명운동을 비롯해 강력한 집단행동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군수가 지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했던 한국철도공사 정구용 부산경남본부장은 입장 발표를 통해 “지난 2000년께 수립한 철도망구축계획상 남창역은 무궁화호가 정차하지 않는 광역전철 전용역”이라고 일축했다.

정 본부장은 또 “그동안 남창역에 일반 열차가 정차했지만 이는 임시 승강장이었다”며 “남창역에 무궁화호와 광역전철이 동시에 정차하기 위해선 열차 및 전철 이용자 분리, 신호체계 개선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협조하려 한다”고 밝히면서도 “울주군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여 사실상 공을 울주군으로 떠넘겼다.

한편 남창을 지역구로 둔 울산시의회 서휘웅 의원도 이날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남창역 패싱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울산시민 무시하는 국가철도공단의 불통행정’이라고 규정하고 규탄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