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시조산책(37)]파도-나순옥

2019-12-10     경상일보

하얀 미소 살가운 손길 믿어도 되는 걸까
살은 죄다 발라먹어 앙상한 저 해안선을
날마다 다시 핥고 가는 그 속내는 무엇일까

 

파도는 마음을 감춘다. 게다가 제 기분대로다.

은구슬을 담은 듯 반짝거리다 때로는 넓은 치맛자락 같이 넘실거린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살인미소(殺人微笑)로 다가오는가 싶은 순간, 물기둥을 세워가며 산더미로 달려 와 덮쳐댄다.

파도에 씻겨간 해안선. ‘살은 죄다 발라먹’고 ‘날마다 다시 핥’는 속마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인은 궁금하다. 파도는 과연 제 속을 털어놓을지.   김정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