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무턱대고 쓰다간 감염질환 놓칠수도

2022-01-05     전상헌 기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자주 겪는 상황이 아이에게 열이 날 때다. 아이에게 발열 증상이 생기면 부모의 마음은 불안해진다. 이 경우 찾게 되는 것이 소아해열제다. 소아해열제는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 덜 힘들어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열을 잡아주고 그사이에 체력을 회복 시켜 병을 빨리 낫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소아해열제 사용법을 잘 익혀둬 슬기롭게 아이들의 아픈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와 함께 복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원인 치료 아닌 증상만 개선

발열은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발열은 정상 면역반응이고 몸의 중요한 방어 증상이므로, 무조건 열을 떨어뜨리거나 체온을 엄격하게 정상 범위로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아이라면 직장 온도 39℃ 미만의 발열이 있을 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해열제는 열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인 열을 낮춰줄 뿐이다. 해열제를 쓴다고 해서 열의 원인이 없어지지 않는다. 아이의 상태가 좋은데도 단지 체온을 정상 범위로 낮추기 위해 해열제를 쓰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는 “미온수 목욕은 초반에 약간 빨리 체온을 떨어뜨리지만, 실질적으로 열이 나게 하는 체온조절중추에는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체온 감소 효과가 없다. 오히려 아이를 불편하게 하는 방법”이라며 “발열이 41℃ 이상 높은 체온일 때만 사용하고 일상적인 발열 상황에는 미온수 목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5세 이하 아이가 열경련을 했다면, 부모들은 아이 체온에 더 신경 쓰게 된다. 아이가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은데도 38℃가 넘었다고 바로 해열제를 주거나, 평소 체온이 될 때까지 계속 해열제를 먹이거나, 복용 용량·간격 무시, 같은 성분 해열제와 좌약 동시 사용 등의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체온 변화를 이런 식으로 강박적으로 대처하면 오히려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혹은 과하게 해열제를 사용한다면 열의 원인인 감염성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모르고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약사는 “해열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열경련을 예방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 무엇보다 해열제를 먹이거나 좌약을 넣는 과정에서 해열제가 기도로 넘어가는 등 아이가 다칠 수 있다”며 “해열제로 떨어뜨릴 수 있는 체온은 1~1.5℃로, 그마저도 복용 몇 시간 뒤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열경련 같은 상황에서 해열제를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해열제 성분 반드시 확인

해열제 성분은 크게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으로 나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해열제 성분들은 ‘NSAIDs’라고 부르고, 이것에 해당하는 성분은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등이다. 이것들은 동시에 복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하나만 준비해 두면 된다.

각 종류에 해당하는 약은 아주 많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성분인 약은 타이레놀, 세토펜, 챔프 등이 있다. NSAIDs가 성분인 약은 챔프 이부펜, 부루펜, 캐롤, 맥시부펜 등이다. 그리고 두 성분 모두 종합감기약이나 진통제 같은 다른 약에 흔히 포함돼 있어서 같은 성분을 중복해서 먹지 않도록 약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정 약사는 “비상약으로 해열제를 준비할 때 두 종류의 성분 중에서 각각에 해당하는 약 한 가지씩만 준비하면 된다”며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 모두 통증과 발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감소시켜서 통증과 열을 낮추지만, 아세트아미노펜과 달리 NSAIDs는 염증 증상도 가라앉힐 수 있는데, 해열과 진통 효과와 더불어 중이염이나 편도염 증상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복용량·간격 달라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는 나이와 체중에 따라 한 번 먹을 수 있는 양과 하루에 총 먹을 수 있는 양이 다르다. 물론 복용 간격도 차이가 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4시간 간격, NSAIDs는 6시간 간격이다. 좌약 역시 먹는 약과 성분이 같다면 동일하게 적용하면 된다.

정 약사는 “해열제를 먹거나 넣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부모 마음이 불안해지기 쉽다. 이 때문에 다른 성분의 약을 교차 복용하는 상황이 나왔다”며 “한 해열제를 쓴 후 다음 복용 시간까지 4시간에서 6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힘드니까 그사이에 나머지 종류를 써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보통 해열제의 효과는 30분에서 1시간 뒤에 나타나기에 해열제 복용 후 2~3시간 뒤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먹이는 개념이다. 하지만 대부분 한 종류의 해열제만 사용해도 아이의 상태가 편안해지는 데 충분하다.

정 약사는 “드물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두 종류의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해열제는 원인 치료가 아닌 증상인 열을 낮춰주는 치료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이때도 권장 용량보다 많이 쓰기 쉬우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