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두기를

2019-12-11     이재명 기자
사업주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내년 1월16일부터 시행된다.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28년만에 법 전체의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다. 울산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산재사고의 백화점이다. 가스누출, 화재, 폭발, 추락 등 유형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내년 초부터 새로운 법이 시행된다고 하니 무엇보다 반갑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벌 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사업주를 엄격하게 처벌하더라도 산업재해가 계속 발생한다면 울산은 절대로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없다.

개정안의 내용은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진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시켰다. 둘째 직업병 발생위험이 높은 작업에 대한 도급을 제한했다. 셋째 기업의 영업비밀로 인해 가려졌던 근로자의 알권리를 보장해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시켰다. 넷째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11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2019년도 산업재해예방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울산지법에 넘겨진 사건은 2016년 65건, 2017년 55건, 2018년 70건 등 평균 66.3건이다. 울산지법 관할 인구는 150만명으로, 인구당 사건이 전국에서 최고인 것이다. 울산에 산재사고가 많은 것은 대규모의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공장은 중후장대한 규모에 면적도 넓어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다 위험한 작업은 대부분 하청업체의 몫이다. 특히 화재·폭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석유화학단지와 온산공단의 경우 거의가 장치산업으로 이뤄져 있어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업주의 무관심, 근로자의 부족한 안전의식,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인 심각성 결여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내년 시행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이런 문제점을 많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것은 문제다. 근로자는 물론 사업주까지도 아직 산업안전보건법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한 작업현장을 보면 누구나 문제를 제기하고 법 준수를 요구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가 국가산업단지 전역에 퍼져 나가야 비로소 산재를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