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핵, 합병증·재발 가능성 커 정확한 진료를
2022-01-19 전상헌 기자
◇항문에 생기는 질환 치질
항문에 생기는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치질이라고 부른다. 그 중 대표적인 3가지 질환이 ‘치핵’ ‘치루(항문누공)’ ‘치열(항문열구)’이다. 보통 치질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치핵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치핵은 여러 원인에 의해 항문 통로로 점막과 피부에 있는 혈관들이 과도하게 팽창되고 늘어나서 볼록하게 살덩어리가 부풀어 오른 것이다. 항문 통로에 이런 살덩어리들이 볼록하게 부풀어 올라와 있기에 변을 볼 때마다 변에 밀려 치핵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거나, 튀어나온 부분이 변에 건드려지면서 피가 나오고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핵이 발생하는 원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혈관 벽의 탄력이 약해져 항문 혈관이 확장되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 배변 시 힘을 주는 습관에서 발생한다. 또 쪼그려 앉아 일하거나 배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골프, 등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에도 생긴다. 여기에 잦은 음주와 흡연, 임신, 간경화 등 질환과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즉 항문 통로에 혈관을 확장하는 모든 요인이 치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환자 문진이 가장 중요
치핵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이 없이 변을 볼 때 선홍색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해지면 항문 밖으로 치질 덩어리가 빠져나오거나 외치핵이면 심한 통증이 유발된다. 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잔변감이 있을 수 있다. 항문 주변 살이 늘어지기도 하고 항문 가려움증도 생긴다.
치핵 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말하는 증상이다. 이에 정확한 확인을 위해 눈으로 항문 부위를 확인한다. 치핵의 크기를 확인하고 치열이나 치루, 혹은 직장암·항문암을 진단하기 위해 손가락을 사용해 항문 속과 직장을 확인하는 직장 수지 검사도 필요하다.
항문경을 직장까지 넣은 후 치질 상태를 검사하는 항문경 검사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대체한다. 치질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항문에 다른 질환이 있는지, 괄약근 상태가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항문 초음파 검사와 항문 기능 검사를 하기도 한다.
봉성준 서울산보람병원 외과 전문의는 “항문 출혈 있거나 50세가 넘는 경우에는 치질과 더불어 대장에 다른 질환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내치핵일 경우 치핵 덩어리 크기에 따라 출혈이 없으면 1도에서 변을 보면 치핵 덩어리가 나와 밀어 넣기 힘든 상태가 되는 4도까지 분류한다. 외치핵은 분류법이 없이 ‘심하다’ ‘심하지 않다’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임신 중 치핵 병원 찾아야
치핵 치료는 치핵 덩어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와 치핵 덩어리를 건드리지 않고 출혈과 통증, 부종 등 증상을 가라앉히는 대증치료가 있다.
근본적인 치료는 대개 외과적 수술을 통해 이뤄진다. 치핵 덩어리가 작을 때는 전기나 레이저 등으로 태우거나 고무줄 등으로 작은 치핵 덩어리를 묶어서 썩혀 떨어뜨릴 수 있다.
봉 전문의는 “다만 이런 치료로 완치를 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치핵 덩어리가 상당히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치핵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치핵 덩어리를 잘라내고 원인이 된 혈관을 묶어, 항문 통로를 다시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대증치료는 근본적인 치료에 앞서 증상을 가라앉히기 위해 혈액순환 개선제나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거나 좌약을 사용한다. 또 좌욕도 일시적으로 도움이 된다. 다만 대증치료로는 치핵 덩어리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기에 수술이 불필요할 정도의 치핵에서 일시적으로 적용되거나, 수술 후 치유를 앞당기기 위해 시행한다.
무엇보다 치핵으로 불편하다면 언제든지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선홍색이지만 출혈이 많거나 검은 피가 많이 나올 때나 피가 나면서 배가 아프고 항문이 아플 때다. 또 주사기로 쏘듯 피가 나오거나 배변 때 주 2회 이상 출혈이 있을 때도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변을 본 후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할 때와 변을 본 후 한참 누워 있어야 치핵 덩어리가 들어가거나 운동이나 조금 힘든 일을 해도 탈항이 돼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봉 전문의는 “특히 평소 치핵으로 불편한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임신을 계획했거나, 임신 중 너무 심한 치핵으로 고생했던 사람이 출산 후에도 치핵이 남아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며 “치핵 수술법은 환자와 집도의에 따라 다르지만, 통증과 합병증, 재발 최소화는 공통적인 목적으로 적절한 수술법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