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사로 미끄럼방지시설 ‘유명무실’
2022-01-21 정세홍
20일 동구 방어진제일교회 인근. 이곳은 경사가 다른 곳보다 심해 도로 위에 빨간색 페인트로 미끄럼방지 포장재가 시공돼 있다. 왕복 2차선의 이면도로로, 지난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대형차량들의 통행이 많아 사고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동구는 지난해 이곳 외에도 동구노인요양원 등 7곳에 미끄럼방지 포장재를 시공했다.
하지만 이 도로를 자주 통행하는 버스나 대형 트럭기사들은 미끄럼방지 포장재 시공 이후 주행이 더 위험해졌다고 하소연한다.
트럭기사 A씨는 “경사가 다른 곳보다 심해 브레이크를 밟는데 미끄럼방지 페인트를 칠하고 나서는 차가 내려갈 때마다 무조건 ABS(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 브레이크)가 작동돼 쭉쭉 미끄러진다”면서 “불법 주정차도 많은 지역이라 ABS가 걸려 미끄러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에서는 이곳 외에도 울산과학대 앞, 일산해수욕장 인근 도로, 중구 백양사 인근, 울주군 등 경사가 심한 도로에 미끄럼방지 시설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일부 구간은 벗겨지거나 갈라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시공 후에 오히려 더 미끄럽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미끄럼방지 시설은 표면에 포장재를 시공하는 방식이나 도로 표면을 움푹 패이게 시공해 마찰력을 높이는 그루빙 방식으로 설치된다. 포장재 표면 처리 공사는 시공이 편하고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물에 약하고 우천시 빠른 배수가 되지 않아 수막현상이 발생, 차량 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이면 미끄럼방지 시공을 한 구간이 평소보다 더 미끄럽다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동구는 “해당 구간은 경사가 심해 사고 방지를 위해 검토를 거쳐 품질에 문제가 없는 미끄럼방지 포장재를 이용한 시공을 추진했다”며 “현재 미끄럼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당시 시공업체에 현장 확인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현장 확인 결과에 따라 그루빙 시공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