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산업계 “중대재해처벌 1호가 될순없어”
2022-01-26 정세홍
중대재해 등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계는 1호 사례만은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관내 대형공사장들 대부분이 법이 시행되는 27일부터 안전점검의 날 등으로 조기 휴무에 돌입한다.
포스코건설은 각 건설현장에 오는 27일부터 휴무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연속 공정이 필요한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설 휴무에 돌입한다.
중견건설사들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양건설도 관내 공사장에 설을 앞두고 조기 휴무를 권고하며 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관내 300억원 이상 대형 주택건설 현장은 15곳이다.
특히 명절 장기휴일을 앞두고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공기를 단축하고 준공을 앞당기려고 했던 예전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를 통해 중대재해 여파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면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에 최대한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 시행에 대비해 안전관리 인력을 대폭 확대했고 위험작업에는 로봇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는 안전 규칙을 잘 지킨 노동자에게는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 등 조선·제조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기준 1900여억원의 안전투자 예산을 올해 2400여억원으로 28% 늘렸고, 현장 안전 전담인력도 최근 3년간 20% 확대했다. 또 협력사 재계약 평가 기준에 안전관련 항목 비중을 확대하고, 협력사 안전관리자 활동을 지원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시에 일어난 사망사고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현대차도 최고안전책임자를 신설하고 안전정보시스템 구축과 사고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한 안전신문고를 운영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건설·제조업은 다른 업종보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의 57%가 건설사에서 나왔고, 2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 중 71%가 건설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제조업도 20%가량을 차지해 건설·제조업에서만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80%가량이 발생했다.
SK에너지와 S-OIL 등 울산 석유화학업계도 법 시행을 앞두고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가스 누출이나 폭발, 화재 등 예상치 못한 중대재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지역 내 공단에서만 최근 5년간 30여건의 화재나 폭발사고가 있었는데, 같은 기간 타 지역 공단보다 빈도가 높았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안전관리 전담조직을 신설했고, 법 시행에 대비해 노무사와도 관련 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고 모호해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울산시 등 각 지자체도 이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대형 주택건설 공사장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시는 2월8일까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재해 발생요인을 사전 제거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
한편 지난 2020년 기준 울산지역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는 1.21명으로 광주(1.27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