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돌아볼 힘 식물에게서 얻었다
이동고 수필가가 첫 산문집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을 냈다.
이 작가는 한때 기청산식물원(포항)에서 근무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지상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식물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자생식물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산과 들이나 강에서 저절로 자라는 풀, 즉 인위적인 보호 없이 자연상태 그대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자생식물의 상징성에 매료됐다. 울산에 온 뒤로는 식물에 얽힌 역사문화와 이를 활용한 원예·조경적 가치에 매료돼 좀더 깊이 공부했고, 시민대상 생태체험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책은 식물을 자연과학 분야의 탐구대상으로만 보지말고 인문철학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물은 언제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인간을 맞이한다. 풀꽃은 작지만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늠름한 나무에서는 의연하게 살아갈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어떤 관계보다 나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준다. 지구 전체가 위기에 처한 요즘, 식물이 해온 일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절박한 일이다. 이는 태화강국가정원 지정 이후 시민주도 민간 정원문화의 확장이 필요한 울산의 현 시점에서도 시의적절하게 동기를 안겨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와 정서에 식물이 지배적인 존재임을 알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전체 내용은 식물을 안다는 것, 자연과 닮은 조경문화, 텃밭과 먹거리, 식물의 신비로움, 식물로부터 배우는 인문학까지 총 5부로 구성된다.
이동고 작가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울산에 온 뒤로는 태화강 민물고기 조사활동과 이를 보여주는 전시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했다. 식물원에 근무하면서 인간이 저지른 환경파괴가 전 지구적 위기를 불러왔고 이는 식물생명체의 존귀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수필을 쓰면서 울산작가회의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