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31)]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데

2022-02-04     경상일보

악의(樂毅)는 전국시대 말기 연나라의 명장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악의열전’은 그에 관한 내용이다. 악의는 위나라 사람으로 조나라에서 벼슬하다가 위나라를 거쳐 연나라로 가서 제나라를 격파하는 등 큰 전공을 세웠다. 악의가 제나라에 남아 전투를 벌인 지 5년 동안 제나라의 70여 개의 성을 함락시켜 군현으로 삼아 연나라에 소속시켰으나 거(莒)와 즉묵(卽墨)만은 굴복시키지 못했다. 그때 연나라 소왕이 죽고, 아들 혜왕이 즉위했다. 혜왕은 태자로 있을 때부터 악의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는데 제나라의 반간책에 속아 기겁(騎劫)으로 장수를 대체하고 악의를 불러들였다. 악의는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조나라에 투항했다. 조나라는 그를 재상으로 등용했다.

악의가 교체된 전쟁에서 연나라는 제나라 장수 전단에게 크게 패하였다. 연 혜왕은 기겁으로 악의를 교체함으로써 군이 패하고 장수가 죽고 제나라를 잃은 것을 후회했다. 또 악의가 조나라에 투항한 것을 원망하는 한편 조나라가 악의를 기용하여 연나라가 피폐해진 틈을 타서 연나라를 칠까 두려워했다. 연 혜왕은 이에 사람을 보내 악의를 꾸짖는 한편 사죄하고 선왕이 악의에게 베푼 호의를 빌어서 선처해줄 것을 바랐다. 악의는 연 혜왕에게, “신은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는 녹봉이나 벼슬로 사사로운 관계를 맺지 않으며 공이 많은 사람에게 상을 내리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맡긴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능력을 살펴 벼슬을 주는 사람이 성공하는 군주이고, 행동을 따져 친교를 맺는 사람이 명성을 세우는 선비입니다”라고 답했다.

선거철이다. 이익을 좇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녹봉이나 벼슬로 사사로운 관계를 맺지 말아야 하고 사사로운 관계라고 녹봉이나 벼슬을 주지 말아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맡겨야 하고 공이 많은 사람에게 상을 내려야 한다. 성공한 리더와 실패한 리더의 차이는 단순한 데 있다. 그저 공과 사를 분명히 하여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맡기고,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면 된다. 비록 나와 친하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인사는 능력 맡게 적재적소에 해야 한다. 이익을 좇아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사람은 무조건 멀리해야 한다. 그들은 반드시 때가 되면 나를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