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의 경제옹알이(13)]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포기해 버린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아이 매 하나 더 준다 라는 속담이 있다. 요즘 교육과 관련하여 눈이 가는 부분은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부분이다. 이제는 부모들도 힘들다. 자식들이 취직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취직을 못 하면 그건 부모에게도 큰 문제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부모에게도 부모의 인생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가 취직은 했는지를 물어볼 때, 취직을 못했다고 대답하는 것은 부끄럽다.
이런 난처한 질문을 받았을 때, 정답은 아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취직을 못했다는 사실은 같지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대답은 좀 더 하기 편하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아이 매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은 취직을 못한 아이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권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는 부모들이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어 이 글을 적는다.
고운 아이 매 하나 더 준다는 이제 교육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체벌은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 하에서 현재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민법이 개정되어 학교교육 뿐만 아니라 가정교육에서의 체벌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운 아이 매 하나 더 준다는 말은 소중한 아이를 엄격하게 키워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부모는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아이에게 공무원 시험 경제적 지원이라는 떡이 아니라, 중소기업에라도 취직하라는 매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식이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없다. 대기업이나, 공무원은 사회적으로 더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한 번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대기업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인식은 사회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 아이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판단되면 부모의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무원인 듯하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매우 높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해서 다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데는 비용이 꽤 많이 든다.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 합격률이 떨어진다. 그러니 부모가 비용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부모에게 아이는 아무리 미운 아이라도 고운 아이이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공무원 시험 비용을 지원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고운 아이가 공무원이 되어서 인생을 좀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 보고 싶다는데 지원해 줄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매몰차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무원 시험 준비라는 정답은 취직을 하지 못한 청년에게도 형식상으로 완벽한 정답이라는 것에 있다. 요즘 청년들은 사실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는 ‘lost generation’이라고 표현된다. 직역하자면 ‘잃어버린 세대’로 번역될 수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패배한 세대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가장 정확한 번역은 길을 잃은 세대라고 한다. lost라는 영어 단어에는 ‘길을 잃은’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세대인 요즘 청년들은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본다. 그 경우 청년들이 기성세대에게 제공하는 가장 편리한 정답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하면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냥 열심히 준비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청년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대화는 종료된다.
취직을 못한 청년들이 기성세대인 부모에게 가장 제공하기 편리한 대답 역시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정답은 부모에게도 가장 편리한 정답이다. 합격한다면 공무원은 좋은 직장이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대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보고 싶다는 데,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부모된 도리로 느껴진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가 말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대답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형식적인 정답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의 높은 경쟁률을 이겨낼 정도로 공직에 진심인 청년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공무원이라는 정답은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정답인 것이다. 그냥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하니 일은 적게 하면서 꼬박꼬박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살고 싶다는 말을 하면 철이 없어 보이니, 공무원이라는 직업으로 형식화해서 하는 대답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하는 말이기에 부모는 그 대답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냥 믿고, 경제적으로 지원해 준다.
대학에서 교육의 현실을 접하면,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실제로는 미운아이 떡 하나 더 주고, 포기해 버린다는 의미로 느껴질 때가 있다. 교육자는 미운 아이도 다 지도해야 하지만 미운 아이를 지도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다고 교육을 포기해 버리면 마음에 걸리니, 떡 하나 더 주고, 포기해 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떡을 하나 더 주는 이유는, 떡 하나 더 주었으니 나는 할 만큼 했다는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또 선생의 입장에서,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아이 매 한 대 더 준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아무 생각 없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청년에게,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중소기업이라도 취직하라고 따끔하게 말해주는 것이 청년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공무원 시험에 적극적이지 않은 청년들은 2년이나 3년 정도 시간을 낭비하고 나면, 그 때에야 자존심을 접고 어떻게든 생활비를 직접 벌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이 시간을 낭비할 것 같으면, 낭비하게 두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공무원을 권유하며 경제적으로 지원까지 해 주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부모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삶이 팍팍해 공무원이 좋아보여도, 부모가 아이에게 먼저 공무원을 권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