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유가 고공행진…산업계 ‘긴장감’
연초부터 국제유가와 원자잿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정유 및 석유화학, 자동차 업계 등 지역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주요 광물자원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과 물류비용 상승, 미국 테이퍼링 (자산매입 축소) 가속화와 긴축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기업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WTI 가격은 전날보다 0.06(0.07%) 상승한 배럴당 88.2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여 만에 최고치다. 국내 수입 비중이 큰 두바이유도 지난달 31일 기준 배럴당 88.39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광물 가격도 뜀박질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8일 t당 147.90달러를 나타냈다. 연초 대비 15.34% 상승한 가격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87.20달러까지 떨어진 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지난달 31일 t당 442.30달러로, 연초보다 23.0% 뛰었다.
원자재 가격과 국제유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해상 운임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5010.4를 기록했다.
SCFI는 지난달 7일 역대 최고치(5109.6)를 찍은 뒤 소폭 하락했지만 전년 동기(2861.7)와 비교하면 75.1%가량 상승한 수치다.
석유화학업계도 울상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데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랐지만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관련 설비 가동률을 낮추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나프타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며 “수급 상황도 좋지 않아 당분간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도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라 물류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더해 유가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자동차 가격 상승 압박이 강해지면서 생산·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는 적어도 올해 3분기까지는 반도체 수급난이 자동차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철광석 및 석탄 가격 상승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잘 반영되는 편이지만, 원가 상승이 제품가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1~2분기 정도 걸려 이 기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오르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