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들이 써내려간 시와 수필, 한권의 책으로
2022-02-07 홍영진 기자
‘편백마을’에는 뇌병변 등 장애를 가진 이들이 거주한다. 연필 한자루 거머쥐기 힘들고, 비장애인과는 한마디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운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꿈과 희망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시와 수필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들 눈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하나씩 하나씩 결실이 모아지자, 한발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졌다.
그들의 언어와 시선은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그들이 살고있는 ‘편백숲’은 이제 ‘시와 수필이 있는 마을’로도 불리게 됐다.
이번 책은 지체장애, 언어지적장애 등을 가진 장애인이 그들에게 쏠린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6개월 만에 일궈 낸 성과는 총 133쪽 분량으로 편집됐다.
뇌병변 주민 4명은 48편의 시와 17편의 수필을 썼다. 지적·지체 중복장애를 가진 주민 8명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모두 28점의 사진을 찍었다.
이들과 함께 해 온 생활지도원 교사 8명은 어렵사리 도전한 이들이 빛나는 결실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소회로 풀어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는 오창헌 시인과 정현순 수필가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이기원 편백마을 원장은 “장애인도 비장애인 못지 않게 깊은 사유를 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쉽지않은 과정을 거쳤으나 일단 책을 출간하고나니 욕심이 난다. 주민들이 좀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와 수필이 있는 마을’ 시즌2를 시작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