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프간 기여자에 손놓고 있는 동구청 ‘뭇매’

2022-02-08     이우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중 40%에 달하는 157명이 7일 울산 동구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홈페이지와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반대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기여자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동구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동구청의 대응방식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동구청이 아프간 기여자들이 동구에 정착한다는 사실을 법무부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알게 된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이후 설 연휴가 포함돼 있었다 하더라도 10여일이 지나는 동안 동구청은 주민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이나 학교 배정문제 등에 대한 대책없이 기여자들을 맞이한 것이다.

특히 아프간 기여자 정착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개인 일정으로 반차를 쓰고 자리를 비운 정천석 동구청장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서부초 학부모들은 지난 6일 비서실을 통해 7일 오전 10시에 정 청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이후 비서실에서 별도의 연락이 없어 학부모들이 연락을 취하자 비서실에서는 오전과 오후 모두 일정이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학부모는 “당초 비서실에 오전에 시간이 안되면 오후에라도 청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아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일정이 안된다는 답이 왔다”며 “청장이 오후에 반차를 써서 면담 일정을 잡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이것은 구청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김상육 부구청장의 주재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의 질타는 지속됐다. 주민들은 동구청이 아프간 기여자 정착 사실을 알고 어떠한 조치를 취했느냐고 묻자, 김 부구청장은 관계기관과 다방면으로 기여자들의 초기정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관계기관과 주고받은 공문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자 “공문이 없다”라는 답변으로 앞의 말을 번복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까지도 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뚜렷한 대안 및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동구청은 정 청장이 지난 4일 반차를 미리 신청했다며, 구체적인 개인 일정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중요한 일정이 있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정 청장이 지역주민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시기에 자리를 비워야만 했었는지 아쉬울 뿐이다.

이우사 사회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