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특별기여자 울산 동구 정착…지역민 반대 여론

2022-02-08     이우사 기자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157명(본보 2월7일자 7면)이 7일 예정대로 울산 동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정착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구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학령인구의 분산 배치 요구와 더불어 동구청의 안일한 행정절차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29가구, 157명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4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동구 서부동의 A아파트에 도착했다.

동부경찰서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찰 50여명을 아파트 근처에 배치했으나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기여자들이 아파트에 들어가면서 낮 12시께 대부분 철수했다.

적십자사는 향후 특별기여자 한 가구당 2명의 정착 도우미를 배정해 6개월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도우미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가구별로 투입됐다. 도우미들은 주 2회 가량 기여자들과 만나 생활전반에 대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와 관련 이날 동구청에는 향후 기여자들 중 초등 학령인구가 배치될 서부초 학부모와 2023년 입주 예정인 지웰시티자이입주자협의회 등이 정천석 구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특히 주민들은 아프간 기여자들의 동구 정착이 확정된 이후 동구청이 별도의 주민의견 수렴 및 교육문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간담회는 정 청장이 반차를 쓰며 빠진 가운데 김상육 부구청장 주재로 진행됐다. 이에 주민들은 전날 면담 일정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정 청장이 참석하지 않자 청장을 불러오라며 언성을 높이는 등 고성이 오갔다.

주민들은 “아프간 기여자들의 정착을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입국한 기여자 391명중 40%에 달하는 이들이 왜 동구에만 배치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또한 종교와 문화가 다른 아프간 학생들이 서부초로 배정되면 기존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민들은 지난 6일 아프간 난민 서부초등학교와 그외 지역 분산배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980여명의 동참을 받아 동구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울산시는 동구주민들의 반발에 따라 당초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아프간 기여자들에 대한 정착 지원 방안을 발표하려다가 취소했다.

당초 시는 정착 관련 가구 실태조사 시 통역 지원, 한국어교육·재취업 교육 등 일반적인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들에 정착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는 여론이 악화되자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현재 추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춘봉·이우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