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증후군, 일상속 일과 여가 균형 맞추는 것이 중요
2022-02-09 전상헌 기자
◇우울증과 비슷하지만 달라
1974년 미국의 정신분석가 허버트 프로이덴버거에 의해 처음 소개된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되어 탈진에 이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무기력증, 직무 거부,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상이다. 번아웃 증후군이 생긴 사람은 의욕이 저하되고, 성취감이 사라진다. 여기에 공감 능력도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특히 심리적으로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개인이나 경쟁적인 특성,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클수록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이 나타나면 생산성 저하나 업무 불만족 등 직업적인 문제가 나타나는 것뿐만 아니라 당뇨·이상지질혈증·대사증후군·관상동맥질환·근육통·두통·만성 피로 등 신체 증상도 발생한다. 여기에 우울·수면 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우울증과 비슷하지만, 차이를 보인다. 우울증은 만성적으로 슬픈 감정이 꾸준하게 반복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번아웃 증후군은 슬픈 감정이 동반되긴 하나 그보다는 극도의 피로감으로 의욕이 저하되고 즐거운 일이 줄어드는 감정 상태를 주로 보인다.
우울증의 경우 인생 전반과 연결돼 있지만 번아웃 증후군은 인생의 한두 가지 영역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즉 우울증은 희망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라면, 번아웃 증후군은 특정 업무나 역할로 인해 에너지가 소진됐을 때 즐거움이 사라지는 상태다.
◇주기적인 명상 도움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마음 챙김과 명상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울산시민을 위해 울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마음의 달인’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참여자 수준에 따라 중급자용까지 명상법을 무료로 제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는 인지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때를 떠올려 보고, 당시 자신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특히 해로웠던 생각을 찾아낸 다음 △나쁜 일은 항상 일어난다 △모든 것은 변한다 △고정된 것은 없다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이다.
일과 삶에서의 균형도 중요하다. 내 인생에서 일과 가족의 가치를 얼마나 두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자신이 투자하는 노력과 시간은 각 영역에서 얼마인지 따져보면 차이에 놀랄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를 동호회 활동으로 하는 것도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일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도 평상시 엔도르핀을 만들고, 행동 활성화를 통해 부정적인 인지 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어 정서적으로 큰 이점이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매 순간 자신에게 친절하기
무엇보다 지금 한없이 고통스럽고 벗어나고만 싶은 번아웃 증후군 상황이라면 일단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구분해야 한다. 이후 자기 비판적인 순간을 멈추고, 매 순간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자기 공감(Self-compassion)의 마음가짐이 개인의 감정적인 웰빙을 증가시키고, 목표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어도 부정적인 반응을 적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어려움 상황을 자각하고,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자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가혹하게 자기 비판적인 상황을 만들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친절함과 이해로 자신을 대하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자신이 나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의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우울증, 공황장애 등 더욱 심각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사소하게 넘기지 말고 평상시 일과 여가의 균형 밸런스를 맞춰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