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세 번째 새해를 기다리며

2022-02-09     경상일보

교사들에게는 새해가 세 번 찾아온다. 첫 번째로 1월1일, 두 번째는 설날, 마지막은 바로 3월 개학이다. 학교에서 1, 2월은 본격적인 시작이라기보다는 마무리와 준비 기간에 해당한다. 해가 바뀌어도 한 학년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맘 때 교사들의 대화에서 ‘작년’과 ‘올해’와 ‘내년’은 종종 혼란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해가 바뀌고 나서도 “올해 우리 반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하거나 “내년에 몇 학년 맡을 거예요?”라고 묻는 것이다. 여기서 ‘올해’는 지난 2021학년도를 뜻하고, ‘내년’은 다가오는 2022학년도를 뜻한다. 어수선한 마음만큼이나 시간이 뒤죽박죽 섞이는 시기다. 물론 어떻게 말해도 교사들끼리는 다 이해할 수 있다.

벌써 2월도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질문인 ‘내년에 몇 학년 하지?’의 유효기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는 한 해 동안 무엇에 중심을 두고 어떤 교육활동을 펼쳐 나갈지를 고민한다. 작년에 학생들과 많은 일들을 했지만 올해도 똑같은 활동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보통 프로젝트를 준비할 땐 교육과정, 교실 안팎의 상황, 학생 개개인의 강점, 학급의 역동 등을 고려하는데, 지금은 학생들에 대한 정보가 비어있는 상태다. 1년 간 어떤 어린이들과 함께하게 될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활동들에 수긍하고 즐겁게 참여해줄지 조마조마하다. 일단 새로운 교실에서 만나게 될 어린이들 한 명 한 명과 관계를 맺는 과정도 기대된다. 아직 누가 우리 반인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2월을 보내고 있다.

1월 말에는 시교육청에서 진행한 평화로운 학급공동체 운영을 위한 직무연수에 참여했다. 평화로운 학급공동체는 학급 구성원들이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가해자 처벌 중심의 생활지도보다는 공동체의 피해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교 폭력 예방 교육으로 개발된 어울림 프로그램과 회복적 생활교육의 사례를 접하면서 3월 초 학급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때 시도해볼만한 활동들을 구상해보았다. 평화로운 학급공동체 운영을 통해 단순히 학교폭력 문제를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면서 이곳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연수를 통해 그 실마리를 얻어가는 듯했다. 건강한 학급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선배 교사들의 발표를 들으며 나도 올 한 해 더욱 내실 있게 학급을 운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3월 개학날, 낯선 교실에서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을 보며 일방적인 사랑에 빠지는 것은 교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입춘이 지났으니 곧 봄이 올 것이다. 울렁이는 봄과 함께 올 세 번째 새해, 개학을 기다리면서 새로운 사랑에 빠질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이민정 울산 온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