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겨울방학 공사와 공간의 재탄생 과정
학교마다 방학이 되면 공사가 한창이다. 그 공사로 학교 공간은 탈바꿈하게 된다. 우리 학교도 이번 겨울방학에 1학년 안심교실과 보건실 현대화를 완료하였다. 깔끔하게 정비된 1학년 교실의 노란색 교실 문과 녹색 그라데이션으로 변화를 준 복도의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 공사를 하기 위해 공식적으로는 6회, 비공식적으로는 10회 이상의 협의회를 가져야 했으며 수시로 전화로, 문자로 의사소통하며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 처음 안심교실과 보건실 현대화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1학년 선생님들과 보건선생님 등 11명이 마주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막막하게 ‘교실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기존 교실에서 진일보하는 매력적인 교실 단면은 나오지 않고 단순 물건 교체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렇게 얘기한 것이 과연 예산안에서 이루어질지도 의문이었다. 설계업체에서는 자신들이 시간이 많이 없고 다른 학교의 공사일정도 잡혀있어 몇 가지 방법으로 다양하게 제시할 수 없음을 이야기해왔다. 그러니 우리 학교에 가장 적합한 한 가지를 결정하고 거기서 가감을 최소한으로 해야 했다. 정말 답답한 상황이었다.
설계상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거기에 맞는 예산내역이 자동으로 산출될 줄 알았는데 설계와 내역산출은 또 별도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하고 그 설계업체 자체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역산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맡긴다고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한계로 최선의 1가지 방법(안)을 도출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교실을 직접 사용하는 교사들과는 공통으로 시간 낼 수 있는 오후 시간에 한정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인 상황이었다.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전문가가 아님을 이야기해왔다. 자신들의 의사결정으로 만들어진 공간구성에 대해 책임감이 크게 느껴져서 그렇게 이야기했겠지만 누군가가 대표성을 가지고 학교를 대신해서 공간구성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때부터 전문가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가. 일을 하다 보니, 애살을 가지다 보니, 남들보다 안목이 생기고 미리 보완할 점을 보완하며 챙기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관리자들이 결정해주면 따라가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회의에서, 한 사람이나 소수가 결정한 공간은 아무 의미가 없음과 사용자가 만족하는 ‘사용자참여설계’의 장점이 이야기되었고 모두 공감을 했다. 마인드가 전환되니,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표현해왔다.
설계에서 다양한 생각을 표현해내길 바랐지만 설계는 우리가 정한 것을 도면으로 그려내는 단순 작업처럼 느껴졌다. 수치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1학년 교실 3개 실을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미세한 차이가 있으므로 한 교실, 한 교실 각각으로 실제로 재며 설계해야 했다.
복도에 대기 의자를 두자는 제안은 설계업체에서 예산이 남았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선생님과 이야기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였다. 밋밋하던 복도 공간에 포인트 공간이 생긴 것을 반가워했지만 설계 완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설계업체에서는 번거롭고 힘 빠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설계업체에서는 우리의 제안에 최선을 다해주었고 그렇게 해서 설계는 완료되었다.
사용자참여설계와 설계업체설계, 설계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3개월이었다. 사용자참여설계 1개월 15일, 설계업체설계 1개월 15일이나 필요했다. 설계에 참여하는 선생님들과 관리자, 행정실 직원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공간에 가고 또 가서 미비점을 찾고 보완을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속하지 않고 느린 과정이었다. 그러나 필요한 과정임은 틀림없다.
이제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한 공간의 재탄생이니만큼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크다. 그리고 공사가 완료된 후, 그 공사에 투입된 노력과 결실을 알기에 그 수고에 대한 감사 표현도 자연스럽게 해주었다. 나 또한 공간을 위해 고민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조영미 외솔초등학교 행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