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영농형 태양광의 재발견

2022-02-10     경상일보

지난해 우리나라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이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0년 6.6%에서 2050년 72.1%로 11배 늘려야 한다. 이 목표 자체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로서는 전 지구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고 따라서 반드시 달성해야만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을 비롯해 수력, 바이오, 조력, 파력, 지열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양한 에너지원이 있고, 연료전지, 수소터빈, 암모니아 활용 등 다양한 신에너지가 있다.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라 하면 무엇보다 태양광과 풍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이중 우리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태양광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공지(빈땅)태양광이다. 염해농지, 야산을 깎아 만든 공지, 주차장, 건물의 옥상이나 지붕, 호수 등에 설치한 태양광이다. 둘째는 건물일체형 태양광이다. 건물 남향의 유리창이나 벽을 이용해 설치할 수 있다. 지붕 태양광이나 노면 태양광도 이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영농형 태양광이다. 농토 위에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면서 농사도 짓는 방식이다.

이제껏 우리나라는 공지태양광만을 개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환경파괴, 산사태 우려, 미관훼손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건물일체형 태양광과 영농형 태양광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지를 이용한 태양광도 계속 개발해 나가야 하겠지만 건물일체형 태양광과 영농형 태양광이 주종이 될 것이다. 건물일체형 태양광은 기술이 더 발전할 필요가 있고, 현재 많은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바로 설치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을 적극적으로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경기도의 1.5배 정도 되는 전국의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양(최대 90GW)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전체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500GW 정도의 용량이 되고, 그 이용률을 15%로 보더라도 약 75GW, 즉 원전 70기 정도의 용량이 된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500GW가 아니라 약 30GW 정도의 용량을 예상하면서 탄소중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이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들의 수익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700평의 논에 농사를 지으면 수익이 250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태양광을 설치하면 부지 임대료 500만원의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논밭에 높이 4m 정도의 지지대를 세우고 간격을 띄워 태양광을 설치하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전국 40여곳에서 실증을 하고 있는데 수확량이 80~90%가 나오고 있고, 태양광을 이용해 LED 광선을 조사했을 경우 117%로 수확량이 증가하기도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서 농림부와 농민단체에서는 농토축소를 이유로, 그리고 일반시민들도 폐패널 처리로 환경훼손을 우려하면서 반대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이다.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태양광만을 추가 설치하되, 태양광 설치시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 이익을 가질 수 있게 하면 농토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임차농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으로 임차료가 올라가는 건 아닌지 염려하는데 오히려 더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대인에게 추가 수익이 생기는 반면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 하고, 패널 설치로 인해 영농방법을 신경써야 하고 생산량도 준다면 임차료가 대폭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태양광 패널은 냉장고 구매시 구냉장고를 가지고 가듯이 시공자가 수거하여 재생처리할 것이므로 환경오염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탄소중립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실행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지방 소멸론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농촌에서 영농형 태양광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농촌 회생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