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축소판 낚시터의 인간군상
2022-02-10 전상헌 기자
지난 2년여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어지면서 낚시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이 낚시터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혹자는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누군가는 남아도는 시간을 소진하기 위해서다. 즉 삶에 지쳐 여유를 찾기 위해서다.
공연제작소 마당이 오는 13일까지 울산 중구 성안동 아트홀 마당에서 조용하고 한적한 낚시터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그린 연극 ‘낚시터 전쟁’을 공연하고 있다.
공연은 이근삼 원작의 2인 풍자극이다. 이를 배우 황성호가 4인극으로 각색해 주인공 이대로 역으로 출연까지 하고 있다. 또 다른 연극의 한 축을 맡은 노인정 역에는 황병윤, 멀티남 역에는 김종아, 멀티녀 역에는 김민주가 각각 맡아 열연하고 있다.
일상의 휴식과 여유를 바라고 조용하고 한적한 낚시터를 찾은 40대 냉소적인 직장인 이대로. 뜻하지 않게 소일거리로 낚시를 하는 털털한 성격의 노인정과 말다툼을 하게 된다. 직장인의 고충을 토로하고, 지난 세월의 쓸쓸함과 무상을 이야기하며 진행되는 싸움 속에 30년을 훌쩍 뛰어넘는 나이 차는 둘 사이 미묘한 골을 만든다. 급기야 극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등장하는 멀티남·멀티녀가 두 사람 사이를 스쳐 가고 끼어들면서 갈등을 부추긴다.
연극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흥미진진하고 웃음이 가득 넘친다. 하지만 웃고만 끝나는 공연은 아니다. 찬찬히 뜯어 보면 극 속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등장인물들이 쉴 새 없이 던지는 유머와 재치 있는 입담 속에서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는 주인공들의 고민이 열거될 때는 눈시울이 붉어질 수도 있다.
연출을 맡은 황성호씨는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해학적으로 풀이한 연극 ‘낚시터 전쟁’은 한 번쯤 관람해 볼 만한 공연이다. 특히 소극장의 묘미를 한껏 살려 공연 중에 관객이 참여하는 시간도 마련되기에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13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5시, 전석 2만원 문의 269·8034.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