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을안길 보상, 원론적 측면에서 현황파악부터 해야
2022-02-10 이재명 기자
마을안길은 1970년대 새마을 사업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진 길이다. 그 때만 해도 마을안길은 지주들의 양해 하에 마을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통행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새마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흙길이 시멘트 포장길로 바뀌고 측구 등 우수로가 만들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익을 위해 자신의 땅을 길로 내놓은 것이 오히려 재산권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돼버린 것이다.
이번에 시민신문고위에 상정된 구량리 마을안길은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다. 울주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마을안길과 관련된 분쟁은 수천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신문고위는 “해당 부지가 사실상 도로에 편입돼 군이 도로로 사용하고, 아스콘 포장 및 우수관 설치 등으로 군이 사실상 점유·관리하는 만큼 효율적 유지·관리를 위해 군이 소유권을 취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울주군은 난감한 표정이다. 법률상 비법정 도로여서 매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설사 매수를 한다하더라도 마을안길에 대한 첫 토지보상이라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지주들이 너도나도 매수청구에 나설 경우 예산은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경우 전수조사를 해본 결과 마을안길 등 비법정도로가 7만9354필지 908만2000㎡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상비는 무려 1조406억원에 달했다.
마을안길과 관련된 토지보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요 대도시를 빼고는 모두 마을안길 보상 문제에 얽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울주군의 경우는 면적이 넓어 전수조사조차 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여기다 마을안길이 뚫려 있는 논밭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거나 상속이 된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미룬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번 신문고위 권고를 계기로 전체적 현황 검토를 해볼 필요는 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예산이 얼마나 들지, 보상은 어떻게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원론적 측면에서 고민을 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