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40)]달아 달아 밝은 달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희망을 주는 달/ 이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가슴을 태우는 달/ 사월에 뜨는 달은 석가모니 탄생한 달~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이 있으나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밝다’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다. 고려가요 ‘동동’의 내용을 살펴보면 ‘보름’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유추할 수 있다. ‘이월 보롬(보름)에/ 아! (내 님은) 높이 켠/ 등불 같아라./ 만인 비치실 모습이로다./ 아으 동동다리~’. 여기서 ‘높이 켠 등불 같다’는 표현은 ‘보름’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보름달과도 뜻이 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보름은 한자로 望(보름 망)이라고도 한다. 달과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서로 반대 방향에 있을 때를 말한다. 지구 쪽을 향한 달의 반쪽이 햇빛을 반사해 동그랗게 보이는 것이다. 이 때의 달의 형태를 만월 또는 보름달이라고 한다. 반대로 朔(초하루 삭)은 달이 없어진 때를 말한다. 태양에서는 달이 동그렇게 보이지만 지구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달은 사라졌지만 다시 초승달로 태어난다. 朔(삭) 자에 쓰인 한자는 달(月)이 다시(逆 : 거꾸로 역) 나타난다는 뜻이다.
산에 사는 스님이 우물속 달빛이 좋아서(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항아리에 물과 함께 달을 가득 담았네(竝汲一甁中, 병급일병중)/ 절에 돌아와서 비로소 알았다네(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물을 쏟고나면 달빛도 사라진다는 것을(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고려의 문호 이규보는 ‘우물 속의 달(정중월(井中月)’이라는 한시로 색즉시공의 심오한 경지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불가(佛家)에는 월인천강(月印千江)이라는 말도 있다. 하나의 달이 천개의 강에 비친다는 뜻이다. 부처가 수많은 세계에 몸을 바꾸어가며 교화하는 것이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그러나 하늘의 달이 없어지면 강 속의 달도 없듯이 모든 현상은 색즉시공일 뿐이다. 달을 너무 좋아한 이태백은 채석강에 배를 띄워놓고 술을 마시다가 강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월대보름날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빈다. 가수 김부자는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희망을 주는 달’이라고 했다. 아무리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려도 정월대보름날 산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을 가릴 수는 없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