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산 자가검사키트 정확도마저 불안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유통 안정화를 위해 방침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자가검사키트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신속항원검사의 낮은 정확성과 유전자 증폭(PCR) 검사 대상자 한정 등이 품귀현상을 더욱 부채질하며 신종코로나 확진자 급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 대란을 막기 위해 온라인 판매 금지, 1인당 5개 제한 방침을 발표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지난 15일부터 자가검사키트를 확보해 점포별로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16일 둘러본 남구 무거동 일대 편의점은 자가검사키트가 모두 품절이었다. 한 편의점 업주는 “물량을 신청해도 신청한 개수만큼 안 들어오고, 아예 안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 언제 들어올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편의점은 품절 상태가 많아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판매점’이라는 안내문을 아예 떼고 있다.
약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루 50개씩 물량을 받는 약국도 있는 한편 이틀간 아예 받지 못한 약국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데는 중복구매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판매처에서 최대로 구매할 수 있는 키트는 5개로 제한되지만 판매처의 제한은 없어 다른 약국으로 가면 5개를 다시 구매할 수 있다. 중복 구매가 허용되며 n차 검진을 위한 시민들의 사재기로 품귀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신속항원검사의 낮은 정확성과 유전자 증폭(PCR) 검사 대상자 한정이 코로나 확진자 확산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이모(29)씨는 지난 7일 목감기 증상을 느껴 보건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일주일간 정상 출근하며 지난 10일 자가검사키트로 다시 검사를 진행해봤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직장 동료의 확진 소식을 듣고 역학 연관자로 병원에서 진행한 PCR검사에서 이씨와 이씨 가족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두 번이나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정상생활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슈퍼전파자가 됐다”며 “주위에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부끄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의료인이 시행했을 때 최대 41.5%, 자가검사 시 20% 미만까지 떨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 시민들도 PCR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PCR검사를 받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여러 번 하는 소위 ‘n차 검진’이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자가격리 확진자에 대한 관리 부재를 지적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무증상·경증의 확진자가 급증하자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택치료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집중관리군은 하루 2회 건강 모니터링을 하지만 일반관리군은 셀프치료 해야 한다.
그러나 재택치료자의 급증으로 각 지자체와 의료기관에서 인력 부족을 겪으며 일부 방치되는 일반관리군 확진자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 울산의 한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요즘은 코로나 확진되면 자가격리라기보다는 자택 방치다”라는 내용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같은 글에는 “안내 소식 전해주는 것도 느리고 방침 안내도 잊어버릴 때도 있다”며 “자가격리 방침 개편되면서 물품도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또한 ‘확진 8일 차 의료 키트랑 구호품이 안 온다’는 글과 ‘보건소는 전화도 잘 안 받고 상담원은 미안하다고 곧 간다는 말만 한다’는 푸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혜윤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