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32)]진정한 리더의 조건
세상에 리더는 많은데 좋은 리더는 드물다. 가끔 좋은 리더가 있기는 한데, 끝까지 좋은 리더는 드물다. 초심을 잃지 않은 리더가 많지 않다는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그들 중에 리더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은 많아도 좋은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사실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리더가 되는냐가 더 중요한데 말이다. 지금은 선거철이다. 조만간에 대통령부터 시장, 도지사, 구청장, 군수 등을 뽑는 선거가 줄이어 있다. 리더를 꿈꾸는 사람도, 리더를 뽑아주는 사람도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사에는 수많은 훌륭한 리더들이 있다. 그중에서 리더의 전형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사람 중의 하나가 중국 청나라 때의 강희제이다. 그는 한족의 10분의1에 불과한 인구를 가진 만주족 출신의 황제이면서도 62년 동안이나 재위하면서 중국을 다스렸다. 그의 재위 기간 중 ‘반청복명’의 기치를 내건 한족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강희제는 아들 옹정제와 손자 건륭제에게 권력을 순조롭게 이양하면서 ‘강건성세(康乾盛世)’라는 치세를 이룩해냈으며,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손꼽힌다.
강희제는 자기 자신을 이긴 강한 리더였다. 그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는 지독한 공부벌레에다 무예도 뛰어났고, 서양 학문까지 두루 익혔다. 또한, 칠순의 나이에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게 일을 처리했으며,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자신을 경계했다. 초기에 뛰어난 리더라는 말을 들었던 리더들이 종래에는 초심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비자는 ‘스스로를 이기는 것을 강(强)이라고 한다(自勝之謂强)’라고 했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남이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이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강희제는 가장 강한 리더였다.
대통령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이기는 강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리더를 뽑아주는 사람은 누가 좋은 리더인지 가려서 뽑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속한 집단을 위하고 나를 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좋은 리더는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