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산불 원인은 농업용 반사필름…체계 관리 시급
경북 영덕에서 발생해 3일째 계속된 대형산불이 전신주로 날아간 반사필름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전국적으로 농업용 반사필름에 대한 관리가 전무한 실정이라 체계적인 관리 및 처리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4시께 산불이 발생한 경북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 농로 주변 전신주에서 불에 탄 농업용 반사필름이 발견됐다.
산불방지기술협회는 여러 정황으로 미뤄 반사필름이 전신주 피뢰침 쪽에 걸려 불꽃이 일면서 발화했다는 1차 감식 결과를 내놓았다.
농업용 반사필름은 주로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농가에서 주로 사용한다. 사과나무 밑에 반사필름을 깔아주면 나뭇가지와 잎에 가려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한 과실도 착색이 잘 되고 당도 높은 사과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거처리가 어렵다. 반사필름은 폐기물로 취급돼 개별농가에서 생활폐기물처리 방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고 야외에 노출된다는 특성상 비바람에 유실되는 경우가 많아 완전한 수거가 쉽지 않다.
울주군에 따르면 울산지역 사과 재배면적은 상북지역이 2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사필름은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어 정확한 현황은 알 수 없지만, 사과농가에서는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사에 사용한 폐비닐과 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은 해당 지자체에서 수거해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반사필름의 경우 개별농가에서 일반쓰레기처럼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울주군은 설명했다.
이에 영덕군의 사례처럼 반사필름에 의한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 및 처리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계명문화대학교 소방환경안전과 김명균 교수는 “반사필름이 전신주 등에 붙으면 과전류가 흘러 불꽃이 튀어 발화할 수 있다”며 “반사필름은 은박지 같은 재질로 날리기가 쉽고 사용량 자체가 많다. 필요한 농자재인 만큼 사용 자체의 금지보다는 철저한 수거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 15일 오후 5시께 진화됐다가 밤새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크게 번졌다. 16일 오전2시 18분께 되살아난 불은 지품면과 인접한 영덕읍 화천리와 화수리 일대로 번져 17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까지 400㏊의 산림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