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자기장 연구 인프라 구축, 신중하고 치밀하게

2022-02-21     이재명 기자
울산시·광주시·강원도가 기획한 ‘고자기장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값(B/C)이 최고 1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시도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고(高)자기장 기술은 물리, 화학, 생물, 의·약학 등 기초과학은 물론 하이퍼루프, 도심형 항공기용 전기추진체, 친환경 풍력발전기, 고해상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청정 무한에너지 핵융합로, 선박·항공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 전략기술이다. 예를 들어 MRI는 초전도자석으로 자기장을 발생시켜 몸 속 특정 분자가 가진 자성을 검출해 영상을 만듦으로써 질병을 진단한다. 고자기장은 이러한 자기장 세기가 높음을 의미한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고자기장 연구시설을 활용한 선도형 연구들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초광역 고자기장 연구 인프라 구축 및 활용 기획 연구’ 최종 보고회는 그런 의미에서 울산과 광주, 강원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B/C값이 최고 12.1까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고자기장 기술이 절실하고 절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가 국내 고자기장 연구 인프라의 기술 수준을 조사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 대비 약 50% 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1월12일 울산시와 광주시, 강원도 등 3개 광역단체는 KBSI에서 초광역 국가 고자기장 연구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에 따라 KBSI는 지역별 특화산업과 연계한 3개 권역별 연구인프라 설립을 총괄 지원하고, 울산은 에너지, 광주시는 신소재, 강원도는 의생명 중심의 전국적인 연구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3개 광역단체가 이처럼 초광역 연구 인프라를 갖추기로 한 것은 국가의 미래산업 뿐만 아니라 3개 권역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분야를 특화대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울산으로선 고장기장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면 핵융합 에너지용 기술, 고효율·고출력 전기추진 기술, 신재생에너지 등에 월등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이 확정되면 향후 10년간 1조원이 투입되는 ‘매머드급’으로 추진된다. 그런 만큼 울산을 비롯한 3개 광역단체의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전에 혹 빠트린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꼼꼼함이 절실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