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24)]앤 해서웨이 코티지 정원
연일 코로나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소설 <페스트>의 판매 부수가 다시 오르고 있다고 한다. 14세기 말 페스트가 중세 유럽과 영국을 휩쓸었다. 농민들은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코티지(소작인들이 사는 작은 시골집) 주변에 향기 나는 식물을 심기 시작했다. 감자나 콩 과실나무를 심어 식량으로 충당할 작은 텃밭도 가꾸었다.
영국 코츠월드 지역에 유명한 코티지 정원이 있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아내인 앤 해서웨이가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집에 딸린 아름다운 정원이다.
셰익스피어는 아내를 보기 위해 매일 이 집을 드나들었다. 연인을 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정원에서 셰익스피어와 다른 문인들은 시적,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앤 해서웨이 코티지 정원은 시내 중심부에 있는 셰익스피어의 생가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다. 마을 길은 강을 따라 걷다가 낮은 언덕으로 이어진다. 고풍스러운 중세 분위기가 물씬하다. 마을 전체가 고전영화 세트장 같다. 생울타리 담장을 따라 작은 대문이 나타난다. 뜰로 나가니 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흔한 잔디밭이 아니라 마당엔 온통 갖가지 야생화가 카페트처럼 뒤덮여 있었다.
허브원과 채소밭을 지나 다년초가 서로 엉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화단 사이를 걸어 다니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댔다. 중세 시대 가구와 생활용품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작고 짙은 나무 창으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실내의 어두움과 대비되어 화사함을 더했다.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했다. 마당 가운데는 텅 비어 있고 담장 아래로 맨드라미나 봉선화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우리나라 보통의 시골집 마당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코티지 정원의 매력은 꾸미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에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코티지 정원이 주는 풍성하고 안락함을 다시 떠올려본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