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공무원 발명가

2022-02-28     경상일보

누구나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특허법 제2조, 발명의 정의)’을 하면 발명가가 될 수 있다. 공무원도 예외일 수 없으며, 특히 직무에 관하여 발명을 한다면 이를 ‘공무원의 직무발명’이라고 칭하게 된다. 정확히는 ‘공무원이 직무상 발명한 것’으로, 발명진흥법 제10조 제2항에서는 이와 같은 공무원의 발명에 대한 권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승계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승계한 해당 특허권 따위는 국유 또는 공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국책연구소 연구원이나 국립대학 교수의 발명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익힌 경험으로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보다 편리한 물건을 발명한다면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보도로는, 부산시의 한 도로 관련 부서 공무원의 ‘도로함몰 피해지수 산정 및 이를 이용한 공동관리기준 도출방법’이라는 직무발명에 대해 부산시가 특허를 취득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여 지하 공간을 관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땅 꺼짐(싱크홀) 사고 예방을 위해 지하 공간에 대해 체계적 관리에 나선 것인데, 당해 지자체 공무원의 직무발명을 적용한 것이 이슈가 된 것이다. 다만 사정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리인 없이 출원하여 등록이 지체된 점은 조금 아쉽다.

이렇듯 직무를 직접 수행하는 현장 최고의 전문가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지자체가 특허를 획득하고 실시한다면 더 이상 바람직할 수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되어 전국 지방자치단체 30만 명의 공무원 중에서 지식재산 전담공무원이 1명뿐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특허청이 조사한 광역자치단체의 지식재산 분야 담당 공무원 현황을 보면,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지식재산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수는 30명이고, 그중에서 전적으로 지식재산업무만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경기도 과학기술과 지식재산팀의 주무관 한 사람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지식재산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1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서도 지식재산 문제가 대부분 지자체장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다행히 필자의 거주지인 울산시는 ‘울산광역시 지식재산 진흥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

공무원 직무발명의 특허출원이나 지역의 지식재산창출사업 등을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으려면 전담공무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의 캐릭터 등을 저작권이나 상표권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경우 지자체 자체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식재산 관련 조례도 지자체의 지식재산 정책에 있어 지침이 될 것으로 모든 지자체가 이를 마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지식재산업무 전담공무원을 어떻게 양성 내지 채용할 것인가. 기존 공무원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육성할 수도 있겠지만, 변리사시험과 유사한 시험과목을 채택하는 방법으로 신규채용하는 방법도 있다.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받은 경우 등록 보상금은 전국적으로 지자체마다 달라서 50만원 내지 200만원이 주어지는데, ‘울산광역시 공무원 직무발명 보상 조례’에 의하면 등록 보상금이 150만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조례에는 또한 특허 처분 시 처분수입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발명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법제도 면에서 울산광역시 조례는 충분히 훌륭해 보인다. 다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활용이 많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적으로는 장영실 같은 공무원 발명가가 떠오른다. 물론 장영실은 국책연구소 연구원 격이다. 그리고 위대한 공무원 직무발명가로 이순신 장군을 빼놓을 수는 없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은 2017년 페이스북 이용자 선정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10선’ 가운데 ‘훈민정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훈민정음’이 1위이지만 현행 특허법상 발명에 속하지는 않아서 진정한 특허대상인 발명품으로서는 거북선이 1위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무발명이 더욱 활성화되어 보상금을 받아 힘을 얻고 또 다른 발명에 매진하는 공무원 발명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