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100년 숲을 집어삼키는 화마(火魔)

2022-03-10     경상일보

동해안 산불이 수 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7시간30여 분만에 진화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울산은 지난달 15일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뒤, 같은 달 20일 건조경보로 바뀐 이후 현재까지 22일째 유지 중이다.

습도는 공기가 수증기를 품은 정도를 말하는데, 크게 절대습도, 상대습도, 실효습도로 나뉜다. 이 중 실효습도가 주로 화재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조특보의 발효기준이 된다. 장기간의 건조도를 나타낸 값으로 3일 전부터의 상대습도(공기의 습하고 건조한 정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에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주고 산출한다. 실효습도 50% 이하면 인화가 쉽고, 40% 이하에서는 불이 잘 꺼지지 않고, 30% 이하일 경우는 자연발생적으로 불이 날 가능성이 크다. 실효습도 35% 이하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건조주의보를, 25% 이하는 건조경보를 발표한다.

서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 건조특보가 내려진 만큼 전국의 건조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산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담배꽁초와 같은 작은 불씨가 아니라 ‘무심코 버린’ 생수병도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든 둥그런 페트병에 햇빛이 통과하면서 초점이 맞춰지면, 돋보기로 태양열을 모아 불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원리인 수렴화재가 될 수 있다. 수렴화재처럼 인위적인 요인이 아닌 자연발화로 인한 산불 등 화재는 해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기상청의 장기기상전망에 따르면 올 봄은 예년보다 더 따뜻하다. 3월과 4월, 5월 모두 평년과 비슷하거나 따뜻할 확률이 80%다. 특히 3월은 예년보다 이상고온 일수가 더 많을 확률이 50%에 달한다. 문제는 계속해서 날씨가 건조하다는 것이다. 봄은 연중 강수량의 18%가량으로 비가 적은 계절이기도 하지만 올 봄은 가뭄이 더 심하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 3가지 조건이 결합돼 산불발생에 비상이 걸린 봄철이다. 우리 모두 산불 예방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