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예술로 회복하고 문화로 포용하는, 문화도시 울산

2022-03-10     경상일보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의 동력을 ‘문화’에서 찾자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울산도 지난 5년 동안 다양한 발전 전략과 과제를 추구해 왔다.

물론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루었다. 울산시 차원에서 문화예술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온 전문기관인 (재)울산문화재단의 경우 2021년에만 예술인의 창작과 복리,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청년문화예술 구축,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 등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을 위해 30개 프로그램을 지원·운영했다. 또한 처용문화제, 태화강공연축제 나드리, 울산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 축제를 통해 울산의 토착성이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화될 수 있는 문화적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리고 법정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준비하면서 울산다운 문화도시 가능성을 경험했다.

하지만 여전히 타 시도보다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문화예술인의 수와 장르의 양적 질적 취약함은 물론이고 관련 전문인력과 예산의 절대적인 부족은 부끄러울 정도다. 그 이면에는 무엇보다 당국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빈곤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향후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문화도시 울산을 조성해 갈 때 다음의 점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첫째, 문화예술 사업에서 핵심가치는 회복, 포용, 협치, 창조여야 한다. 문화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화두로 등장한 것은 산업도시 발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성찰에서부터다. 전통사회의 해체와 산업사회의 개발 상처를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제도화된 차별과 갈등을 포용으로 치유하고, 시민=(문화예술)이해관계자=관이 수평적으로 협치하고, 주어진 문화적·자연적 자원 및 삶의 조건과 요소들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사람 중심 사회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둘째, 모든 문화는 ‘울산다움’을 지향해야 한다. 특정 장소의 역사적 경험과 삶의 방식이 그 사회의 상징과 이미지, 즉 문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세계적·민족적 전통문화 유산, 1962년 공업지구 지정 이후 전국에서 유입된 이주민과 그들의 다채로운 출신지 문화와 산업노동문화, 그리고 해양과 태화강과 영남알프스라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갖고 있다. 울산이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전통문화와 산업노동문화와 자연자원을 시민의 생활 속에 창조적으로 녹여내는 과정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셋째, 모든 시민이 문화와 예술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문화예술인의 창작·공연·전시·교류·복지의 실질적 증진을 위한 지원과 투자다. 예술인복지지원센터의 건립이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반 시민이 예술활동에 참여해 기획하며 시민의 일상이 문화콘텐츠로 제작될 수 있는 교육과 육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도시아카이빙 사업은 지역의 역사·민속·전승, 무엇보다 개인적 기억을 사회적 기억으로 기록하여 문화콘텐츠 제작의 자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문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예술 창작과 접근성 보장은 앞서 언급한 핵심가치를 구현하는 적절한 접근이다. 장애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거류 외국인의 다채로운 문화가 울산문화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은 문화교류와 열린콘텐츠 작업에 부합할 것이다.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울산은 공업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많은 것을 잃었다. 이제 모든 시민은 ‘예술로 회복하고 문화로 포용하는, 문화도시 울산’이라는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부심과 긍지를 견지해야 할 때다. 그 과정에서 전통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할 ‘태화정신’같은 가치를 발굴하고 그것에 근거한 새로운 상징과 이미지를 창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배 (재)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