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목보일러 화재는 경각심이 요구된다

2022-03-15     경상일보

밀려나는 겨울과 다가오는 봄이 서로 경쟁하듯 아침엔 겨울의 추위가 느껴지고 낮엔 봄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아직까진 낮의 따사로움이 낯설고 추운 겨울이 익숙하지만 다사다난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나는 날씨다.

11월1일부터 시작한 겨울철 소방안전대책기간 동안 울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341건, 그중 우리 울주소방서에서 발생한 화재는 108건으로 울산 전체 화재의 32%에 달할 정도로 바쁜 겨울철을 보냈다.

이 많은 화재 중 지난 11월 두서면 소재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화재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주변으로 불이 옮겨붙으며 시작됐는데 이후 집으로 번진 불은 오래된 기와지붕까지 확대돼 4시간의 작업 끝에 진압됐지만 이미 집은 전소된 상태였다. 모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관리했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라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이런 화재들은 특히 농촌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궁이나 화목보일러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연료로 삼다 보니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수급이 용이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지역이 많은 울주소방서에서 겨울철 발생한 화재 중 아궁이나 화목보일러에서 발생한 화재는 23건으로 전체 화재의 21%를 차지했다. 게다가 농촌의 특성상 출동거리가 도심보다 멀어 현장에 도착할 땐 이미 불이 집으로 다 번진 경우가 많았다.

화목보일러나 아궁이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대부분 관리 소홀이나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의 안전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안전하게 화목보일러와 아궁이를 사용하기 위한 안전수칙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한다.

먼저 아궁이와 화목보일러 주변에 가연물을 치워 불씨가 옮겨붙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하고 만약을 대비해 주변에 꼭 소화기나 자동확산소화장치를 비치해둬야 하며, 아궁이를 사용할 땐 자리를 벗어나지 말고 다 사용하고 난 뒤엔 불이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화목보일러는 나무 연료를 넣은 후 꼭 투입구를 닫아 불씨가 날리지 않도록 하며, 투입구를 열 때는 화상을 입지 않도록 측면에서 열어야 한다.

그리고 보일러 연통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그 안에 남은 그을음을 제거해줘야 하는데, 만약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고 연통 내부가 가열된다면 내부 그을음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월 두서면 단독주택에서는 화목보일러의 가열된 연통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4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연통이 타기 쉬운 천장이나 지붕과 맞닿아 있다면 난연성 단열재로 덮어씌워야 한다. 가열된 연통이 천장이나 지붕과 맞닿아 있으면 열이 옮겨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울주소방서에서는 화재 예방을 위해 농촌을 방문해 소화기를 보급해주고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서 말했듯 개인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지난 겨울을 되돌아보며 미리 예방할 수 있던 화재들에 대한 아쉬움이 올해 겨울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더 이상 화목보일러 화재와 같은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정호영 울산 울주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