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일의 말레이시아통신(25)]열대지방에도 봄은 온다
계절이란 지구의 온도 변화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두고 구분한 표현이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온도 변화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영향으로 태양의 빛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다르다.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풀이되어 있다.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서 일년을 구분한 것. 일반적으로 온대 지방은 기온의 차이를 기준으로 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계절로 나누고, 열대지방에서는 강우량을 기준으로 하여 건기와 우기로 나눈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로 나눈다.’ 쉽게 이해가 된다. 특히 필자는 온대와 열대지방 모두 살아 보았기 때문이다.
열대지방에 살아 볼수록 이 곳에도 자연의 변화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계절이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된다. 온대지방의 겨울이 이곳은 우기가 된다. 대략 우리나라의 11월 중순경부터 이듬해 3월까지인 것 같다. 북반구의 한랭한 기후가 남하하여 세력을 뻗치기 시작하면 이곳도 비가 자주 내린다. 기온도 평균 2~3℃ 내려간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우기가 끝날 때가 됐으나 올해는 조금 더 길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지역적으로 홍수가 날 정도로 폭우가 내렸다. 이번 주에 들어서는 주춤해졌다. 비 내리는 시간도 이동하고 기온도 상승하고 있다.
겨울 끝난 봄과 마찬가지로 우기가 끝나 기온이 상승하면 우기동안 움츠렸던 나무들이 새잎을 달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열대의 나무들은 대체로 키가 크고 가지가 무성하다. 여름이면 큰 그늘을 만들며 마치 우리 시골마을을 지키는 당수나무처럼 우람한 것들이 많다. 때로는 저런 탐스런 나무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월말 경부터 5월까지가 이곳의 봄꽃을 즐기는 절정이다. 4월말 경부터 꽃이 피던 회사안의 자카란다 나무가 개화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몇 송이 꽃을 피운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도 따뜻한 곳에 있는 꽃나무가 일찍 개화를 하듯이 그 이치는 여기도 마찬가지다.
봄이 되면 우리가 꽃구경을 다니듯이 이 곳에서도 꽃이 아름다운 곳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말레이시아의 봄꽃의 종류로 유명한 것은 테코마나무(Tecoma Tree)와 황금소나기나무(Golden Shower Tree)이고 그 뒤를 이어 자카란다나무(Jacaranda Tree)에서 꽃이 핀다. 열대의 꽃들은 온대의 꽃들보다 화려하다. 특히 테코마나무와 황금소나기나무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져 있어서 길거리에서 꽃을 즐길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테코마나무를 말레이시아 사쿠라(벚꽃)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분홍색의 꽃으로 덮인 테코마나무 군락을 보면 우리가 벚꽃 군락지를 보면서 감탄하듯이 환상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봄철에 가장 인기 있는 명소는 아무래도 역사의 도시 말라카가 아닐까. 고속도로를 벗어나 옛 도심으로 향하는 길은 잘 정돈이 되어 있다. 말라카는 말레이 반도의 서해 남부에 위치한 동서 해양교통의 요충인 말라카 해협에 면하는 항구도시이다. 말라카강이 도시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어 그곳에서 보트로강 투어도 즐길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14세기 수마트라섬에서 온 사람들이 이슬람 왕국을 건설하여 동서 무역의 중계지로 번창했다. 1511년 아시아로 진출한 포르투갈이 왕국을 멸망시키고, 아시아 최초 유럽식민지를 만들어 향료무역을 독점하고 가톨릭 선교의 기지로 삼았다. 그후 1641년 네덜란드가 빼앗아 해협을 지배했고, 1824년부터 영국이 통치를 했다.
이곳은 화교들이 많이 살던 곳이라 차이나(China)거리가 있고, 이런 각국의 쟁탈사는 말라카에 많은 사적을 남겼다. 그런 곳들이 관광의 명소가 되어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못 가본 말라카를 이번 봄에 여행을 하면서 봄꽃도 즐기고, 세인트폴 언덕에 올라 말라카 해협의 풍광도 즐겨야겠다.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